[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바이오기업 보로노이가 코스닥 상장 계획을 접으면서 IPO(기업공개)를 앞둔 다른 바이오기업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지난 3월14일~15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했으나 실패,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보로노이는 주로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며, 최근 2년간 총 4건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탄탄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으로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기업' 타이틀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왔다.
유니콘 특례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의 경우 전문평가기관 한 곳에서만 기술평가를 받으면 코스닥 상장예심 청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처럼 첫 번째 유니콘 특례 상장기업 탄생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업계는 쇼크를 받았다. 한국의약연구소, 퓨처메디신에 이어 3번째 상장 철회 기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예측에 실패한 요인이 기업 내부보단 외부 요인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및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 등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계속된 사건 사고로 국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도 한풀 꺾였다. 대신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는 더 깐깐해졌다. 실제 지난 16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아리바이오는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글로벌 임상 3상 진행을 앞두고 대규모 투자까지 받았지만 엄격해진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올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성적도 신통치 못하다.
바이오에프티엔씨, 애드바이오텍의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기업들은 애가 타는 상황이다.
특히 바이오 대어로 불리던 '지아이이노베이션'은 3월 내 유니콘 특례 상장 추진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에 고민이 깊다.
대규모 자금 조달로 파이프라인 및 연구개발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했지만, 공모 시장이 침체돼 예상만큼 충분한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늦어도 상반기에는 상장 준비를 끝내야 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너무 시기를 고르다가 증시가 가장 변동성이 클 때 상장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상장 준비에 나선 보령바이오파마, 동국생명과학, 휴온스메디케어, 한국코러스 등도 얼어붙은 증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예비심사청구를 앞두고 있고, 동국생명과학, 휴온스메디케어, 한국코러스 등 3곳은 주관사 선정을 마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하반기에 IPO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끝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양 정책이 이어진다면 시장이 다시 활황세를 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