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 학술대회가 3년 만에 금년 4월 현장 개최되는 가운데, 국내서도 14개 기업이 성과 발표에 나선다. 상당수 기업이 전임상시험 발표에 집중하면서 임상을 함께 진행할 ‘파트너’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2년 AACR은 오는 4월 8~13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AACR은 매년 세계 120여개 국가 제약‧바이오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암 학술대회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및 유럽종양학회(ESMO)와 더불어 세계 3대 암 학회로 분류된다.
AACR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만 진행됐지만,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만큼 업계 관심이 상당하다.
올해 국내 기업 중에서는 이중항체 전임상 결과를 들고 나선 유한양행‧한미약품 등 대형제약사를 포함한 총 12개 상장기업과 2개 비상장기업이 AACR에서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이달 국내 임상 신청 계획인 ‘YH32367’에 대한 성과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YH32367은 지난 2018년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도입한 HER2 및 4-1BB 표적는 이중항체 표적항암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0년에도 AACR에서 YH32367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세포사멸 사이토카인 분비 증가 및 종양세포 사멸 유도에 관한 전임상 효능시험 결과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추가 전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EZH1/2 동시 표적 이중항체 ‘HM97662’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 예정이다. HM97662은 불응성 악성 혈액암 및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로, 구랍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HM97662 개발에 대한 향후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중 1상을 신청하고, 연내 용량 증량 및 확장 임상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한미약품 외에도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레고켐바이오는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LCB84’에 대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레고켐바이오는 향후 자체적으로 임상1상을 진행한 뒤 기술이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레고켐바이오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임상1상에 대한 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보스턴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표적치료제 ‘BBT-207’에 대한 전임상 중간결과를 최초로 공개한다. BBT-207은 브릿지바이오의 자체 발굴 신약후보물질 1호로, C797S 양성 이중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통해 의미있는 전임상 결과를 글로벌 무대에서 공개할 것”이라며 “연내 BBT-207에 대한 전임상을 완료해서 연말 경에는 미국 1상 IND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큐리언트의 경우 CDK7 저해 기전 항암치료제 ‘Q901’에 대한 추가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Q901은 CDK7 억제를 통해 세포분열에 이상이 발생한 암세포를 사멸하는 기전의 치료제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Q901 1/2상 IND를 통과시켰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AACR에서 ‘ABL103’ 전임상 후속 결과를 공개한다. 지난해 전임상 결과 발표에 이은 것이다. 당시 발표에서는 인간화 생쥐 대상 2mg/kg 용량 투여 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됐으며, 중단 후 암세포 재이식에도 종양 성장이 관찰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상장자 에이비온 및 지놈앤컴퍼니, 티움바이오, 네오이뮨텍과 비상장사 딥바이오, 보로노이 등이 올해 AACR에서 전임상 관련 연구를 발표한다. 큐리언트와 에스티큐브의 경우 임상 결과를, 파멥신은 종양 미세환경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 예정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AACR을 통해 전임상 연구 결과 발표를 시도하는 것은 AACR이 동물실험을 비롯한 전임상 발표에 특화된 학술대회라는 점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임상 발표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AACR 참여 예정인 제야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AACR 참여 기업을 보면 유한양행이나 한미약품을 제외하면 임상 2~3상까지 진행할 만한 여력을 갖춘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바이오벤처 특성상 결국 AACR 같은 무대에서 좋은 성과 발표를 통해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을 진행할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 개발 동력 확보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