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우리나라와 비슷한 보건의료 체계를 가진 일본에선 지출보고서 공개 범위 및 대상 등에 있어 기업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부터 경제적 지출보고서 공개를 골자로 한 개정약사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공개 범위나 대상, 시기, 방법 등에 대해 시행규칙에 위임,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약사법 핵심은 두가지다. 경제적 지출보고서 공개 의무 대상이 확대됐으며, 지출보고서 제도 운영 방식이 공개로 변화하며 의무자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개정 부칙에 따라 내년 7월 21일부터 시행되는 지출보고서 '공개'에 관한 부분이 '뜨거운 감자'다. 시행일이 속하는 회계연도 다음해부터 적용되므로 제약사, 도매상, CSO는 2024년부터 공개 의무를 지게 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년여 유예 기간이 주어진 만큼 해외 사례를 적절히 벤치마킹하며 현황을 반영하는 공개 세부사항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올해 1월 기준 69개 제약사가 지출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제약협회(JPMA) 사이트에 게재하며, 공개 시기는 각 회계연도 마감 후 1년 이내다.
세부적인 공개 내역을 보면 크게 ▲연구개발비 ▲학술연구지원비 ▲원고료 ▲정보 제공 관련 비용 ▲기타비용 등으로 나뉜다.
일본은 연구개발비와 관련해 세부공개항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윤리가이드라인에 따른 임상연구비용, 4상 임상 연구 비용, 등은 계약서에 기재된 기관명, 부서명, 연구자명, 건수, 총액을 공개한다.
단, 미승인·적응증 외 의약품 등의 임상연구, 의약품 제조판매업자 또는 그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을 제공받는 연구 등은 특정임상연구비용으로 분류, 별도로 세부 항목 공개를 요청한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이해상충을 방지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장학기부, 일반기부 형태의 학회연구지원비는 지원 대상, 건수, 총액만 공개한다.
학회 기부금이나 학회 공동개최비는 학회 모임명과 총액만 간단하게 공개한다. 강의료·원고료·감수료·자문료 등은 소속명과 항목별 횟수, 각 항목별 총액만 공개한다.
정보 제공을 위해 제품설명회 참석자에게 식음료 제공 등의 내용을 다루는 항목의 경우 수득자명이나 소속기관명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고 총액만 기재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연구원은 "회사별 총액과 건수는 공개하되 참석 보건의료전문가 개개인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투명성과 개인정보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한 것은 아닌가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일본의 투명성 가이드라인은 협회 자체 규약으로서 보고 누락이나 위반 시 벌금과 같은 강제 규제 수단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법적 제재수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꾸준히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회원사 모두가 당연히 진행해야만 하는 과제라는 제약업계 내부 합의가 있다는 차이가 지출보고서 제도 도입이 본격화된 국내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