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국내에도 차세대 치료제 플랫폼으로 불리는 siRNA(짧은 간섭 RNA) 치료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1호 후보로는 금년 6월 중 국내 임상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는 노바티스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다. 이외에도 올해 미국 허가 유력 후보군인 앨나일람 부트리시란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후 진행된 렉비오 임상 3상은 같은해 7월 환자 등록을 마친 뒤 순항 중이다. 오는 6월 임상을 완료한 뒤 금년 하반기 중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해당 임상은 렉비오 국내 허가를 위한 것으로 렉비오는 2020년 12월 유럽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렉비오는 6개월에 1번씩 투여하는 고지혈증 치료제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스타틴이나 2~4주 간격으로 투여해야 하는 기존 주사제와 투여 편의성 면에서 장점이 있다.
이번 임상의 경우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또는 위험성이 높은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이 상승한 아시아 환자들에 대해 스타틴 최대 용량의 부가요법으로 렉비오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345명 환자가 참여하는 다국가 임상으로, 국내에서는 83명이 임상에 참여했다.
렉비오는 RNA 기반 치료제로, DNA 치료제와 달리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아 유전자 변형 위험성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화학적 합성이 가능해 품질관리(QC)가 용이하고 허가 과정도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렉비오는 RNA 치료제 중에서도 siRNA 계열에 속한다. siRNA는 RNA에 간섭을 일으키는 짧은 길이의 이중나선 RNA으로, siRNA 치료제 성분에는 siRNA의 철자를 응용한 ‘시란’(siran)이라는 접미어가 붙는다.
siRNA는 세포 내 진입해 두 가닥으로 분해된다. 이후 단백질 발현 정보를 담은 mRNA(전령RNA)에 달라붙은 뒤 해당 mRNA 절단을 유도, 단백질 합성을 차단한다.
4월 FDA 허가 예상 ‘부트리시란’도 국내 진출 후보군
siRNA 원조 명가로 평가받는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도 국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현재 앨나일람은 국내에서 희귀질환 치료제인 ‘부트리시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부트리시란 국내 3상은 헬리오스B(HELIOS-B) 다국가 임상의 일부로 헬리오스A 임상의 후속 연구다. 심근병증을 동반한 트랜스티레틴 매개 아밀로이드증((TTR) 환자 대상으로 부트리시란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현재 환자 모집을 완료한 상황이다.
헬리오스A 임상의 경우 ATTR 다발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다국가 3상 연구로, 지난 1월 앨나일람은 해당 임상 결과가 최종 성공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9개월 차에서 1‧2차 평가변수를, 그리고 18개월 차에 모든 2차 평가변수를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부트리시란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데이터 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2022년 블록버스터 신약’ 보고서를 통해 올해 부트리시란 허가 확률을 95%로 전망하고 향후 5년간 약 14억2000만달러(한화 1조7104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부트리시란의 경우 전문의약품 허가신청자비용부담법(PDUFA)에 따른 예상 허가일도 오는 4월 14일로 지정, 4월 중 허가가 유력한 상황이다. FDA 승인이 완료되면 국내 허가 또한 본격적인 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한편, 부트리시란은 FDA 승인 시 앨나일람의 4번째 FDA 허가 siRNA 치료제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앨나일람은 2018년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 치료제 ‘온파트로’(성분명 파티시란)가 허가를 획득하면서, 세계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siRNA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가 됐다.
또 2019년에는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 치료제 ‘기브라리’(성분명 기보시란)를, 2020년에는 원발성옥살산뇨증(PH1) 치료제 ‘옥슬루모’(성분명 루마시란) 3종의 siRNA 치료제를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