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평가 불구 글리아타민·이모튼·엔테론 '매출 증가'
2022~23년 재평가 의약품 제약사 행보 주목···심평원, 환수 등 '맞불'
2022.02.28 06:0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한해진 기자] 급여 의약품 재평가 대상 목록이 공개되면서 과거 심사대에 올랐던 약제들이 주목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법적 공방을 펼치고 있지만, 처방 실적이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2022년, 2023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 의약품'을 선정했다. 선정된 약제가 최종 확정되면 제약사들은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와 내년에 심사대에 오른 약제는 총 14개로, 지난해(4개)보다 더 많은 성분이 뽑혔다. 이중 상당수 품목이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조건부 급여 적용 및 급여 축소로 생존한 품목들은 매출이 증가했다. 

가장 먼저 급여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돼 선별 급여 적용을 받게 될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 지난해 원외처방액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5022억원을 기록했다. 

대표 품목인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은 전년 대비 2.6% 확대된 1102억원, 종근당 '종근당글리아티린'은 6.8% 늘어난 926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원제약, 유한양행 등의 동일 성분 품목도 100억원 이상 처방됐다.

조건부 급여 유지 결정을 받은 아보카도-소야 성분 제품인 종근당의 '이모튼' 역시 급여 재평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1.5% 증가한 470억원의 처방 실적을 보였다.  

성인 무릎 골관절염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이모튼은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지만 비용효과성이 있어 급여가 1년간 유지됐다. 단, 교과서나 임상진료지침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급여에서 제외될 수 있다. 

급여 범위 축소 판정을 받은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추출물) 성분 제품들도 작년 670억원 처방됐는데, 이는 전년보다 16.9% 오른 수치다. 리딩품목인 한림제약의 '엔테론'은 전년보다 16.5% 성장한 500억원에 달했다.
 
A제약사 관계자는 "급여 재평가 결과가 나온 뒤 소송을 하며 버티거나 급여 축소로 방어한 제약사들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며 "급여 삭제로 절반가량 되는 품목들이 사라지면서 경쟁이 줄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 심사 결과 불복 시 법적 대응 시나리오…소송 유리 심평원 '환수·환급 카드' 만지작  

이에 올해도 급여 적정성 심사 결과가 통보된 후 결과에 불복한 제약사들이 이의신청 제기를 비롯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상당하다. 

올해 재평가 대상 선정 약제를 가진 B제약사 관계자는 "일단은 절차를 따라가며 자료 제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심사 결과를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기에 앞선 제약사들의 사례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첫 시범사업 당시 채택된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에 대한 소송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콜린제제 급여 환수협상에 대한 행정소송은 1차와 2차 협상 두 시점 당시 모두 제기됐다. 대웅바이오와 종근당 등 50여개 제약사에서 1차 협상명령에 제기한 소송은 두 건 모두 1심에서 각하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6월 2차 협상명령에 대해서도 두 건의 행정소송이 있었다. 이 가운데 종근당 등이 제기한 소송은 심리 중이며, 대웅바이오 등이 제기한 소송이 최근 각하됐다.
 
만약 2차 협상명령에 대한 모든 건이 각하된다고 해도 또 다른 소송이 남아 있다. 협상명령과는 별개로,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에 따른 선별급여 취소소송이 아직 심리 중이기 때문이다. 변론은 오는 4월경으로 예정됐다.
 
더불어 선별급여 취소소송에 대한 집행정지도 인용됐다. 법원에서는 보건당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집행정지 기간 동안에는 처방이 계속 이뤄지는 중이다.
 
본사업에서 선정된 실리마린, 빌베리건조엑스, 아보카도-소야,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 포도엽 추출물), 은행엽엑스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이들 약제가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후 빌베리건조엑스와 실리마린 성분은 급여 퇴출이 결정됐지만 제약사들이 신청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급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현장 혼란 등을 감안해 오는 2월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집행정지 인용으로 인해 5월 31일까지로 기간이 더 늘어나게 됐다.
 
이처럼 급여재평가 결정이 난 약제에 대해 제약사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요청함에 따라 처방이 유지되는 ‘버티기’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도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말에는 집행정지된 기간 동안 발생한 요양급여비를 제약사에게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국민건강보험업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복지부 또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집행정지에 따른 손실 환급 방안을 추가했으며 현재 입법예고 중에 있다.
 
이들 법안이 실현되면 리베이트 처분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약가 조정 등 약제 관련 처분에 따른 집행정지 기간 동안의 요양급여 환수가 가능해진다. 반대로 정부가 패소할 경우에도 제약사 피해분을 보전받는다.
 
심평원 측은 “현재 법원에서 집행정지가 인용돼 고시개정안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성분과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약제들은 고시 적용 중”이라며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서 약제 행정소송과 관련해 손실 환급 방안을 담은 규칙을 입법예고 중이며 국회에서도 같은 맥락의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심평원도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른 기등재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선정된 약제들 다수가 처방 금액이 상당하고 정부가 급여재평가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이번 재평가 약제들 또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보혜·한해진 기자 (bohe@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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