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개량신약 허가에 대한 규제당국 문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량신약 품목에서 ‘염변경’ 제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동아에스티 ‘프로드럭’ 전략도 특허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업계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식약처가 공개한 ‘개량신약 허가사례집’ 개정 2판에 따르면, 지난해 허가된 개량신약은 총 7개 품목이다. 이들 중 투여 경로를 바꾼 제품이 4개, 유효성분 종류나 배합 비율을 변경한 제품이 3개였다.
이로써 2008년 개량신약 제도 도입 후 2021년까지 허가된 개량신약의 총 누적 품목 수는 125개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유효성분 종류 또는 배합 비율 변경 75품목(60%) ▲제형‧함량‧용법‧용량 등 변경 34품목(27.2%) ▲새로운 염 또는 이성체 7품목(5.6%) ▲새로운 투여 경로(5품목) ▲새로운 효능‧효과 3.2%(4품목) 등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개정사례집 발표와 함께 향후 개량신약 문턱을 높일 것을 시사했다. 국내 제약산업이 발전한 만큼 개량신약의 독창성을 판단하는 눈높이를 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식약처는 개정판을 통해 “제도 초기에는 의약품 개발 장려 및 국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임상약리시험자료로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한 단순 염변경인 경우도 개량신약으로 인정했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성과로 기술 수출 증가, 해외 기술이전 확대, 국내 개발 신약의 꾸준한 허가등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허가‧심사 분야 역시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가입 등 국제조화를 검토‧적용하고 있다. 이런 제약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용성과 진보성 인정 여부에 대한 검토 기준도 바뀌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9년 사실상 좌초한 염변경 전략뿐만 아니라 특허 회피를 위한 많은 개량신약 전략이 향후 높아진 문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진단했다.
염변경의 경우 지난 2019년 1월 과민성방광 치료제 솔리페나신의 염변경의약품이 물질특허를 침해했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체 전략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전략은 ‘프로드럭’이다. 프로드럭이란 물질 작용기를 바꾸는 방식으로 제작한 개량신약으로 체내 대사를 거쳐 실제 약횰르 지닌 물질로 변화한다. 염변경과 달리 물질의 화학구조가 일부 변경돼, 특허를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지난 2020년 6월 특허심판원은 동아에스티가 제작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프로드럭이 포시가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특허를 회피한 것으로 판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특허법원에서 해당 판결을 뒤집으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반향이 컸다. 특허법원은 지난 17일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소한 물질특허 권리범위확인 소송에 대해 프로드럭도 특허범위에 속한다는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향후 동아에스티가 특허 분쟁을 3심까지 끌고 간다고 해도 포시가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23년 4월까지 결론이 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동아에스티의 특허 회피 전략이 실패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프로드럭 전략까지 막히면서 향후 개량신약 개발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개량신약의 경우 약가를 비롯해 우선판매권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특허회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을 잘 짜야 한다”며 “식약처가 기준을 높이고 특허 회피도 어려워지면서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향후 중장기적 전략 수립에는 확실히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