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 '최초' 역사 쓴 배경은 사노피코리아 대표
첫 한국인 여성대표 이어 최장수 CEO, '일 통해 업무-가정 동반 성장'
2022.02.22 06: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지난 2013년 프랑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를 맡은 배경은 사장. 지난 1991년 사노피 한국법인 설립은 물론 1957년 사노피가 한독약품과 협업해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첫 한국인이자 여성 대표였다.
 
그는 올해 취임 10년째를 맞으면서 다시 ‘최장수 글로벌제약사 CEO’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제약사들의 CEO 평균 임기가 3~5년임을 감안하면, 배 사장의 10년 근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1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배경은 사장은 “본사에선 한국 팀의 긍정적인 에너지, 열정, 실행력 등을 좋게 보고 있다. 이곳에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파이팅 정신(Fighting spirit)’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의 어려운 상황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에 글로벌본사가 놀라고 있다”면서 “이곳의 좋은 인재들이 리전이나 글로벌팀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여년 전 취임 당시 사노피는 주력 제품이었던 플라빅스, 아프로벨, 란투스 같은 제품이 특허가 만료돼 약가가 인하되는 상황이었고, 매출액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시기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 그는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를 다시 좋은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사기 진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배 사장은 “젠자임에서 사노피로 넘어오던 당시 고민 끝에 성장 잠재력이 있는 주요 품목을 선정,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각오를 다졌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지금은 매출액이 크게 늘었고, 당시 8~9위였던 업계 순위도 작년 기준 4위로 올라섰다. 당시 잘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부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력 가진 좋은 직원들이 회사에 오래 근무하게 한 것은 큰 성과”
“일에 대한 꿈이 있는 여성이라면 아이 때문에 커리어 포기해선 안돼”
 
그가 집중해 왔던 또다른 부분은 다양성과 존중의 문화다. 특히 사노피는 프랑스 회사다 보니 ‘관용(tolerance)’이라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지금과 같은 비대면, 저성장 시대에 업무현황을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각 부서 실무에 있는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잘 자리잡고 있어야 직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에서다.
 
배 사장은 “노력을 통해 실력을 가진 좋은 직원들이 회사에 머무르게 한 것도 회사의 성과”라며 “정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두 차례 인정받았던 것 같아 뿌듯하고 보람됐다”고 강조했다.
 
사노피는 비대면 시대 속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약해질 수 있는 임직원 간 유대관계를 강화하고자 직원들의 자발적인 글로벌 네트워킹 커뮤니티인 ERG(Employee Resource Groups) 제도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년 말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 디지털 ERG, 일하는 부모 ERG, MZ 세대 ERG, 소셜 ERG의 4개 그룹이 만들어졌다. ERG는 직원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가입할 수 있다. 
 
웰빙 제도 일환으로 파격적인 복지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양성평등 및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남성을 포함한 전세계 모든 사노피 직원들에게 14주간 유급 '글로벌 자녀휴가'가 제공된다. 
 
출산 및 자녀양육으로 인한 휴가 또는 휴직을 사용하는 전세계 모든 사노피 정직원이 대상이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고민이 많은 임직원들의 고충을 고려, 회사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이 밖에도 복지 프로그램 전문 외부 파트너와의 협약을 체결, 임직원의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과 재정 건전성까지 지원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비밀이 보장되는 전문 상담을 진행하거나 영양 및 체력 관리, 경제 관련 교육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승승장구하면서 직장 생활을 지속하던 배경은 사장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일 욕심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말 둘째 아이 입시를 마무리하며 생각했다. 고민 끝에 일을 계속했기 때문에 업무적으로도 성장하고, 더불어 인간적으로도 성숙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이들의 사춘기 시절에 함께 공감해 주고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서 배운 리더십과 인간관계 덕이기도 했다. 
 
배 사장은 “물론 일과 삶, 커리어에 관한 것은 개인 선택이고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다만 일에 대한 꿈이 있는 여성이라면 아이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의나 멘토링을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내 경험을 담아 진솔하게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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