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내 제약계를 선도하고 있는 대형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1조원을 무난히 넘기고 일부는 조만간 '2조 클럽' 목표를 세우는 등 외형 확대를 이뤄냈다.
GC녹십자를 비롯해 대웅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가나다 順)이 최근 2021년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5개 제약사 가운데 외형 성장과 수익성 모두 잡은 기업은 3곳, 매출과 달리 수익성이 아쉬운 기업은 2곳이다.
먼저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GC녹십자는 높은 자체 개발 품목이 선전했고, 자회사 실적도 개선되며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지난해 GC녹십자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조537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7% 증가한 737억원, 순이익 역시 53.4% 급등한 1369억원으로 집계됐다.
혈액제제 매출은 3742억원, 백신 2632억원, 처방의약품 3162억원, 소비자헬스케어 2167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감 백신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2297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회사도 호조세를 보였다. GC셀은 지난해 매출 1683억원, 영업이익 363억원으로, 이는 전년보다 각각 97%, 465% 폭등한 수치다. GC녹십자웰빙도 매출이 20%대 성장세를 보였다.
한미약품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세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매출 1조2061억원과 영업이익 1274억원, 순이익 811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2.1%, 160.1%,368.9% 급등한 수치다. 호실적은 자체 개발한 개량·복합신약의 지속적 성장,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 고성장, 작년 11월 앱토즈사와 체결한 신규 기술수출 계약 등이 견인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4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시장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아모잘탄패밀리 1254억원, 로수젯 1232억원, 에소메졸 538억원 정도 처방됐고, 매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품목도 18개에 달한다.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은 매출 2887억원, 영업이익 669억원, 순이익 603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41.9%, 185.9%, 163.3%씩 성장했다.
기술수출 성과를 포함 보톨리눔 톡신 '나보타'의 법적 분쟁 마무리 등으로 대웅제약은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9.2% 늘어난 1조153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업이익은 423% 상승한 889억원, 순이익은 31.3% 증가한 316억원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전문의약품은 7780억원으로 고성장을 이끈 가운데 일반의약품도 11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었다. 루피어, 크레젯 등 수익성 높은 자체 품목이 성장을 이끌었다. 보톨리눔 톡신 '나보타' 매출도 전년 대비 57.9% 오른 796억원이다.
나보타는 법적 분쟁 및 불확실성이 해소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매출도 60% 이상 증가했다. 펙수클루정 신약 개발로 1조원이 넘는 기술이전 계약 수익도 창출했다.
한편, 유한양행과 종근당은 매출 규모는 확대됐지만 수익성이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매출 하락 등이 원인이 아닌 기저효과 및 R&D 투자를 통한 선순환 구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이라는 분석이다.
유한양행은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절반가량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1조6878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3% 감소한 486억원, 순이익은 47.9% 하락한 991억원이다.
전문의약품 매출은 7.6% 상승한 1조142조원, 일반의약품은 18% 증가한 1556억원이다. 특히 글리벡이 60.4%, 자디앙과 베믈리디, 빅타비는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데일리케어'와 유산균 제품 '엘레나' 매출이 각각 134.8%와 610% 치솟았다. 수익성 감소에 대해 회사는 "기술료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와 공장부지 매각 처분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종근당 역시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3.1% 증가한 1조3456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22% 감소한 967억원, 순이익은 51.5% 하락한 438억원이다.
매출 상승은 자체 개발 및 도입 품목이 동반 성장하면서 이뤄졌다. 종근당글리아티린 6.8% 증가, 듀비에 2.3%, 이모튼 8.9%, 텔미누보 2.3% 처방이 늘었다.
도입 품목 가운데 케이캡과 아토젯 등이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케이캡은 출시 3년차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아토젯도 4.9% 처방이 늘어 868억원의 처방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R&D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줄었다. 전년 대비 10% 이상 투자비가 늘었는데 실제로 종근당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중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가 31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종근당 측은 "R&D 성과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며 "현재 수익성 하락을 감내하더라도 이 방식으로 가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