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바이오 분야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던 SK그룹이 결실을 맺는 데 성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 모두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SK케미칼도 호성적이 기대되는 가운데, 상장을 준비 중인 SK팜테코와 차세대 치료제 시장 진입을 노리는 SK플라즈마 행보도 주목된다.
7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실적 집계 결과, 누적 매출액 9290억원 및 영업이익 4742억원으로 영업이익률 51%를 달성했다고 공개했다. 특히 작년 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3% 증가한 4509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27% 증가한 2539억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도 8일 발표를 통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4186억원, 영업이익 953억원을 달성해 연 매출이 전년 대비 16배 이상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것이다.
사촌경영 체제인 SK그룹은 지난해 최태원 회장 계열사와 최창원 부회장 계열사가 모두 호성적을 기록해 바이오 밸류체인 구축에 성공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창원 부회장 계열사인 SK케미칼에서 분사해 2018년 설립된 기업으로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를 전문으로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고공행진은 아스트라제네카 및 노바백스 등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이 견인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생산과 노바백스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을 진행했다.
최태원 회장 계열로 2011년 설립된 SK바이오팜의 경우 신약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지난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급증은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진출 성과에 따른 것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중국 등 글로벌 4대 시장 진출을 완료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만 782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6배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 모두 여전히 ‘한 방’이 남아 있어, 올해는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는 관측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8일 국가출하승인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과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BP510’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 중인 노바백스 백신은 지난달 12일 식약처의 품목허가 이후 이날 국가출하승인을 받아 현장에 투입됐다.
방역당국은 노바백스 백신을 미접종자에게 우선 투여하고, 향후 기존 백신에 이상 반응을 보인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노바백스 백신을 부스터샷 투입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GBP510도 올해 상반기 중 출격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과 국내 부스터샷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두 임상에서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낼 경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자체 개발 백신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진출 확장이다. 세노바메이트는 현재 유럽 독일‧스웨덴‧덴마크‧영국 등에서 출시를 완료했고, 향후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스위스 등 유럽 주요국가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시장 진입을 위해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파트너사 엔도그룹을 통해 2024년 목표로 캐나다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시장 확장과 더불어 글로벌 R&D 투자에도 집중할 계획”이라며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지난 1월 글로벌 3상에 착수했고, 첫 표적항암 신약인 ‘SKL27969’도 최근 미국 1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동력, SK케미칼 ‘인공지능(AI)’ SK팜테코 ‘프리IPO’ SK플라즈마 ‘CAR-T’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 외 다른 SK계열 바이오 기업의 향후 전망도 기대할 만하다. 호성적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SK케미칼을 비롯해 올해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예고한 SK팜테코, 차세대 치료제 시장 진출을 노리는 SK플라즈마 등이 있다.
이번주 공시를 앞둔 SK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1조 클럽에 육박한 매출을 올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을 상당 부분 갖고 있어 연결재무제표상 좋은 성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케미칼은 제네릭(복제약) 사업을 주력으로 신약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제네릭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면서 인공지능(AI)을 통한 신약발굴 모델을 구축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다.
SK케미칼은 지난 2019년부터 스탠다임과 공동연구를 시작한 데 이어 디어젠‧닥터노아‧심플렉스 등 인공지능(AI) 기업과 신약 공동연구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후보물질을 탐색 중이다.
SK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 중인 SK팜테코와 차세대 치료제 시장 진출을 도모 중인 SK플라즈마도 순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팜테코는 SK그룹의 국‧내외 위탁개발생산(CDMO) 통합법인으로 BMS의 아일랜드 공장을 전신으로 한 SK바이오텍아일랜드와 미국 CDMO 법인 앰팩, 프랑스 CDMO 기업 이포스케시 등을 산하에 두고 있으며 미국 CDMO인 CBM의 2대 주주도 맡고 있다.
SK팜테코는 지난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올해 프리IPO를 추진하고 내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면서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프리IPO 주관사로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를 내정하면서 시장 진출을 보다 가시화했다.
SK팜테코 관계자는 “2025년에는 20억 달러(약 2조3970억원) 매출의 CDMO로 도약할 계획”이라며 “올해 프리IPO 및 내년 IPO를 완료할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올해 상장 계획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혈액제제 전문기업인 SK플라즈마는 혈액암 분야에서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SK플라즈마는 지난 1월 국내 CAR-T 치료제 개발 기업인 큐로셀의 프리IPO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희귀질환 신약후보를 외부에서 발굴하는 ‘NRDO’ 조직의 첫 프로젝트다. 양사는 차세대 CAR-T 제품의 국내외 사업화를 공동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큐로셀은 현재 국내 CAR-T 치료제 개발 기업 중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CAR-T 임상 허가에 성공했고,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1/2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1상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1상에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65명 대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