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번 사안을 두고 지분 매입에 따른 득실(得失) 및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시나리오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파트너사 바이오젠이 가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 매입을 공시했다. 바이오젠은 에피스의 지분 1034만1852주를, 23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내놓았다.
지분 매입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가격은 주당 59만9000원이며, 확보된 자금 중 1조2024억원은 에피스 지분 매입에, 나머지는 시설 투자에 쓴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임상과 허가, 상업화 등 전 과정에 걸친 역량을 내재화하며, 바이오 시장에서 초격차 경영을 선도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번 지분 인수를 두고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망처럼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가 하면,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하는다는 평가도 있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너무 낮은 가격에 팔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2조8000억원 정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지분 절반을 가진 바이오젠의 계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5~6조원대에 머무른다. 문제는 최근 1~2년 사이 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진 에피스의 가치를 10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평가와 괴리가 큰 바이오젠의 매각 결정이 오히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매입을 호재로만 볼 수 있느냐는 지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이 바이오젠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점, 특히 바이오젠이 출시한 알츠하이머치료제 '아두헬름'의 고전과 함께 경영난 타개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배경을 고려하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결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약 출시 후 여러 악재가 터진 바이오젠이 경영난 해소 등을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호재로 평가된다"며 "그러나 왜 이 시점에 지분을 매각했는지, 좀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협상을 하지 않았는지 등 궁금증이 드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입 후 펼쳐질 시나리오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논의하기에 이른 감에 있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여부 및 시점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선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전량 확보한 뒤 적절한 시점에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신약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중장기 계획에 신약 개발을 포함시켰다. 이를 위한 자원, 자본 확보를 위해 상장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제2 반도체 신화'에 도전하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 미래 준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지분 인수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알려져,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 분야에서 삼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에피스 상장 시점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분 인수를 발표한 시점에서 상장까지 내다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중장기 전략을 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은 시기의 문제이지 추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