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증권사와 로펌 등에서 제약·바이오 출신 전문가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약사 고위 임원은 물론 정부부처 전·현직 공무원 등이 그 대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정책 및 규제 등을 담당했던 제약·바이오 전문 인력들이 증권사나 로펌 등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있다.
유한양행에서 인수합병(M&A) 및 기술수출 전반의 투자 업무를 총괄해왔던 김재교 전무가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약사 임원이 증권사 부사장으로 선임된 첫 사례다.
김재교 부사장은 메리츠증권의 IND(Investment & Development) 본부를 맡는다.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뒤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리기 보단 초기 기술평가부터 상장, 이후 성장까지 돕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는 유한양행 재직 시절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켰을 뿐만 아니라 투자 수익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우선,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후보물질을 약 8800억원에 기술수출하는 공을 세웠다.
국산 신약 31호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1조4000억원에 라이선싱하는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한올바이오파마에 300억원을 지분 투자한 뒤 6년 후인 2018년 투자수익률 100% 이상을 올리며 탁월한 투자 안목을 자랑했다.
송영주 전(前) 한국존슨앤존슨(J&J) 부사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규제그룹 고문으로 올초에 영입됐다. 송 고문 역시 경력이 화려하다.
보건복지부 정책홍보 담당관과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로 근무했으며, 지난 2009년부터 12년간 한국존슨앤존슨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대외협력 및 정책 업무를 맡아 왔다.
이에 보건·헬스케어 관련 정책과 현안, 규제, 실무적 쟁점에 정통하고 경영 현장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전문가로 인정 받고 있다.
송 고문은 태평양에서 보건의료, 제약, 의료기기 관련 규제 컨설팅, 위기관리, GR(Government Relations), 헬스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한다.
올초 식약처 퇴직 고위 공무원의 로펌행(行)도 주목받고 있다. 김성호 전(前) 경인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연초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후 3년만에 새출발에 나선 것. 김 전 청장은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1988년부터 공직에 입문해 30년간 보건의료 관련 정부부처에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명예 퇴직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건사회부에서 약정국 약무과, 감사관실, 보건산업정책과를 거쳤고, 2003년 식약처로 자리를 옮겨 임상관리과장, 의료기기정책과장, 의약품안전정책과장, 의료기기안전국장 등을 두루 맡아왔다.
곽명섭 전(前)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도 1월 3일부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선임됐다. 그는 사법고시 42회 출신 변호사로,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2006년 특채로 복지부에 첫 발을 내딛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중증질환보장TF팀장을 거쳐 2017년 보험약제과장을 맡으며 의약품 등재 업무를 총괄했다. 2020년 3월 중국 광저우 총영사관 내 식약관으로 파견된 후 지난해 말 사직했다.
그러나 보험약제과 출신의 로펌 진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2011년 보험약제과 사무관 김성태 변호사가 퇴직 후 김앤장에 취지했고, 2019년 동일 업무를 맡던 류양지 전 서기관은 율촌으로 이동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고위 공무원들의 정책 운영 경험이 개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이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특히 건강보험 약제비 정책을 관리하는 '보험약제과'라는 자리가 로펌 헬스케어팀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