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정부가 백신·치료제 개발을 통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곳간을 열었다. 그러나 중소제약사나 바이오벤처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청 등 6개 부처가 온라인으로 백신‧치료제‧원부자재 개발 관련 기업 및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2022년도 지원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올해 정부는 백신‧치료제‧원부자재 개발 지원에 총 2520억원을 투자하고, 6개 부처가 약 40개 과제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 및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에 민관이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이강호 글로벌 백신허브화추진단장
[사진]은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위한 각종 체계를 구성했다"며 "해외 투자 유치는 물론 정부에서 향후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지원책을 펼치더라도 기업과 정부 간에 관계가 좋아야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며 "정부의 노력이 국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는 중요한 모멘텀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코로나19 등 신·변종 감염병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백신 핵심기술·플랫폼·기반기술 개발 및 비임상 등 연구개발에 1453억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배정된 R&D 과제는 11개로, 차세대 백신 기초·원천 핵심기술개발, 신속·범용백신 및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비임상 지원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에는 893억원, 신·변종 감염병 대응 mRNA백신 임상에는 105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식약처는 중앙임상시험심사위원회 운영 및 신속 허가심사,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등을 돕는다.
생산 및 판매와 관련해선 백신 원부자재 생산 고도화 기술개발에 69억원에 투입되고, 백신 생산공정 개발 및 (비)임상 시료 위탁생산, GMP평가 등을 지원한다.
금융·창업 부문의 경우 백신 펀드 조성 및 융자·기술보증, 국산 백신 원부자재·생산부품·장비 창업기업의 상용화 기술개발, 수출 바우처 등과 같은 지원책을 제공한다.
이 같은 정부 지원책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집중돼 있어 중소제약사나 바이오벤처는 혜택을 보기 쉽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설명회에서 이네이블앱 관계자는 "기업 지원 규모가 크지 않고, 특히 바이오벤처가 지원을 받을 기회가 적다"고 지적했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백신 관련 사업을 보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에 더 유리한 구조"라며 "중소제약사나 바이오벤처의 경우 일부 업체만 초기개발 및 비임상을 수행할 수 있고, 나머지는 그마저도 어렵다"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나 GC녹십자와 같은 규모가 큰 기업에게 정부 지원이 쏠릴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중소제약사와 바이오벤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업체의 횡포 등에 대한 정부 차원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업체들이 현실적으로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펩토이드 연구소장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지원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질의했고,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생산본부장은 "해외 백신 원부자재 공급업체의 횡포, 갑질, 일방적인 요청에 대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지민정 서기관은 "가격 상승에 대한 지원은 아직 없으며, 해외 공급업체의 횡포의 경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이슈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 공급업체 비즈니스에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긴급한 이슈가 있을 땐 산업부 명의 레터(Letter)를 보내거나 코트라를 이용한 간접적 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