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오랜 기간 하나의 치료제 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간세포성암(간암)에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다. 에자이 ‘렌비마’는 지난 10년 동안 대규모 3상 임상연구를 통해 1차에서 OS(전체생존기간) 개선 목표를 충족시킨 유일한 치료제다. 특히 높은 ‘반응률’로 주목 받고 있다. 렌비마 반응률(RR, Response Rate)은 약 40%로 이는 기존 치료제인 ‘소라페닙’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응률이 높을수록 환자 생존 기간 연장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향후 치료 패러다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일리메디가 최근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용한 교수를 만나 새로운 1차 치료제 렌비마의 급여 적용 의미와 향후 간암 치료 변화에 대한 지견을 들어봤다.
Q. 그동안 새 간암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3기 이상 늦은 상태에서 발견되는 환자들이 많은 이유가 크다. B형간염, C형간염, 간 경변 등 간암 위험인자를 보유한 분들은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아 간암이 조기에 발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간암의 ‘이질성(Heterogeneity)’ 때문이다. 간암 자체가 굉장히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다. 간암 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변이가 hTERT 유전자로 밝혀지긴 했지만 아직 이것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없다. 마지막으로 간암 환자는 70~80%가 간 경변을 동반하는데, 이것이 치료를 어렵게 한다.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간 독성이 있는 약물은 간암에서 사용이 어렵다. 실제로 임상에서 효과를 봤더라도 독성 때문에 환자들이 견디지 못해 시판되지 못한 약물도 있었다.
Q. 새 1차 치료제 렌비마 급여에 대한 의료계 반응이나 평가는
진행성 간암에도 과거 수 십 년 동안 세포독성 항암제(cytotoxic chemo therapy)가 쓰여왔다. 물론 효과를 본 환자들도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 반응률이 굉장히 떨어지고 독성이 심했다. 지난 2007년 첫번째 표적치료제(TKI)인 소라페닙이 전신 치료제(systemic treatment)로 등장한 것이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이 후 10년 동안 많은 약제들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하며 임상에 도전했지만 효과 입증에 실패했다. 그러던 차 10년 만에 효과가 입증된 ‘렌바티닙’이라는 약제가 새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 FDA에 이어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고 급여까지 적용돼 긍정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기쁜 일이고 환자들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Q. 렌바티닙(성분명) 3상 임상연구에 따르면, 전체 생존기간(OS) 측면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수한 치료제로 평가받는 이유는
둘을 비교한 연구(REFLECT 연구)에서 렌바티닙군 OS가 13.6개월, 소라페닙군 12.3개월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렌비마군에서 AFP가 높은 환자들이 많아 이를 보정해서 분석한 하위그룹연구를 진행했더니 OS도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있었다. 하위그룹 분석 연구이긴 하지만 참고할 만한 결과다. 또 반응률 측면에서는 렌바티닙이 더 의미 있게 개선됐다. 완전반응(CR, Complete Response)과 부분반응(PR, Partial Response) 두 가지를 통합한 객관적 반응률(OR, Objective Response)이 렌바티닙은 24.1%, 대조군인 소라페닙은 9.2%였다.
더불어 mRECIST(Modified 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rs)에 의한 독립적 평가집단의 검토 시에는 반응률이 41%까지 높아진다. 이는 10명 중 4명은 렌바티닙으로 종양이 3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봤을 때 소라페닙 대비 RCT(무작위대조군)에서 반응률이 높은 약제가 등장한 것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Q. 간암치료제는 효과뿐만 아니라 독성도 중요하다. 렌비마는 어떤지
다른 TKI에서 주로 나타나는 이상반응인 ‘손발바닥 홍반성 감각이상 증후군’이 렌바티닙은 연구를 보면 의미 있게 줄어들었다. 실제로도 렌바티닙을 쓴 환자들이 잘 적응하고 견디는 것을 보았다. 더불어 TKI 치료를 하다보면 고혈압, 설사, 단백뇨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최근 보고된 연구들에 따르면 부작용이 전혀 없는 환자들보다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더 길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TKI 치료에서는 특히 부작용을 잘 이겨내고 약을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더 긴 OS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Q. 렌비마가 1차에서 급여 적용이 됐지만 아직 후속 치료 옵션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렌바티닙은 개발된 지 얼마 안된 신약이라 2차 치료제 데이터가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전 언급했다시피 REFLECT 하위연구에서 렌바티닙 후속치료로 소라페닙을 사용한 환자에게 전체 생존기간 26개월이라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보다 잘 디자인된 데이터가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간암 환자들은 생존기간이 짧아 당장 치료제가 필요하다.
렌바티닙을 1차로 사용하고 나서 그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지 않은가. 면역치료제 반응률도 20%대 상황에서 40%라는 렌바티닙의 반응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RCT 데이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가능한 여러 객관적 데이터와 Real World Data를 참고해서 환자 선택권을 열어주고, 환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 미국 NCCN 가이드라인 같은 경우는 1차에서 렌바티닙과 소라페닙, 2차에서는 레고라페닙과 라무시루맙 등의 면역치료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고, 렌바티닙 치료 이후 소라페닙을 2차에 쓰는 것도 명시하고 있다.
Q. 간암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진행성 간암 상태에서 발견되더라도 전문 의료진과 잘 상의해서 부작용 관리나 치료법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좋겠다. 꾸준히 치료받아 의료진도 놀랄 만큼 긴 OS를 보여주는 분들도 분명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