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미래 먹거리로 지목되던 제약·바이오가 출구 없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검찰 조사, 기술계약 해지, 상장폐지, 임상 중단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 84개사의 시가총액(종가 기준)은 지난 8월 27일 기준으로 약 23조원인데 이는 5개월 전인 3월 27일 대비 31%(10조원)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티슈진에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데 이어 신라젠에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연달아 나오면서 시장이 출렁였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 달 28일 부산 신라젠 본사와 서울 여의도 사무실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 자료를 확보했다.
면역함앙제 ‘펙사벡’ 무용성 평가를 앞두고 이뤄진 보통주 대량 매각이 발단이다. 신라젠 임원은 자신이 보유한 약 88억원 상당의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를 한 달 새 4회에 나눠 전량 매도했다.
문제는 주식 매각 후 한 달 뒤 펙사벡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간암 치료 임상 3상 중단을 권고 받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해당 임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을 계속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신라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46% 급락한 1만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하한가인 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신라젠은 지난 28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글에서 “검찰 관계자의 압수수색 대상은 일부 임직원에 국한됐으며 앞으로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연제약도 지난 6월 26일 인도·러시아 업체와 체결한 러시아 내 항생제 '아베카신 설페이트' 독점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계약 해지 금액은 111억6000여 만원으로 최근 매출액 대비 8.98% 규모다. 이 같은 악재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이연제약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4% 떨어졌다.
회사 측은 해지 사유에 대해 "계약 상대방이 러시아 현지 환경 변화 및 기대수익 저하 등의 사유로 계약 해지 통보를 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달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홍콩 중기1호 국제의료그룹과 체결한 169억원 규모의 홍콩 및 마카오 인보사 공급계약이 깨졌고, 한미약품 역시 기술수출했던 1조원 규모의 비만·당뇨 치료제가 권리반환됐다.
또한 거래소의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심의 결정도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대기업 계열사에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은 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코오롱티슈진이 상폐 수순을 밟게 되면서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은 전 거래일보다 21.82%(4800원) 하락한 1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여파로 신라젠은 전 거래일 대비 6.20%(850원) 하락한 1만2850원, 제넥신은 0.51%(250원) 내린 4만9200원, 앱클론은 1.18%(400원) 떨어진 3만3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물론 바이오솔루션과 강스템바이오텍, 안트로젠 등의 주가는 상승했지만, 제약·바이오 주식시장 자체는 여전히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에이치엘비의 경구용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임상 목표치 도달 실패 소식 등도 제약·바이오 시장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1차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고 알렸다. 리보세라닙이 1차 유효성 지표인 OS와 관련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장중 기업설명회를 갖고 리보세라닙 임상데이터에 대해 설명했으나 에이치엘비의 주가 하락은 막지 못했다. 당시 에이치엘비와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K-바이오가 올초부터 지속돼왔던 인보사 쇼크, 기술수출 계약 해지, 신라젠 임상 실패 등의 이슈로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며 "여기에 인보사 쇼크로 인한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절차 등의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거품이 꺼져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이번 위기가 제대로 된 기술과 후보물질을 가진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 제약바이오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