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가습기살균제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SK케미칼 측이 시종일관 모호한 답변을 내놓는 태도를 보여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지난 30일 이틀째를 맞은 가습기살균제특위 청문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을 개발하고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이 이들 성분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은폐하려 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SK케미칼은 1991년 특허 자료에서 CMIT/MIT 성분에 질산마그네슘을 추가하면 1급 발암물질이 생긴다고 언급해 놓고 이 혼합물을 기반으로 3년 뒤에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다”며 “CMIT/MIT 성분의 유해성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도 “1994년부터 CMIT/MIT 성분의 유독성을 인지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지난 현장조사 때 이 성분이 유해성심사를 받는다면 유독물질로 분류될 수 있다고 인정했는데 그렇다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사전에 인식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김철 대표는 “해당 물질이 가습기 원액에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발암물질이 생성될 때는 특정한 조건이 필요하며 흡입될 시 발암 가능성으로 직결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은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분명 존재하는데 질본의 동물실험 결과 폐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방기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 조사결과 뒤에만 숨어 있다”고 SK케미칼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최종적인 판정은 정부의 진상규명이 철저히 이뤄진 후 내릴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최선의 대책을 깊이 있게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SK케미칼 측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등 다른 업체에 공급한 PHMG 성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PHMG 성분은 현재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유해물질로 판정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PHMG 성분을 기반으로 만든 스카이바이오1125라는 물질에 관해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보면 ‘이 제품은 안개형태로 흡입하면 해로울 수 있다’고 서술돼 있다”며 “그러면 결과적으로 SK케미칼이 PHMG 흡입독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은 “SK케미칼 측은 PHMG가 옥시가 판매하는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2011년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알았다고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가습기살균제가 도입됐을 당시 시장에서 옥시 제품이 점유율 1위였다. 제품 출시 후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좋으니 여러 업체가 뛰어들었고 SK케미칼도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다. 그런데 경쟁회사 제품 성분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것인가”라며 의구심을 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도 “PHMG를 옥시 측으로 넘기면서도 옥시가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또 인체 유해성은 없을 것인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상식적으로 누가 납득할 수 있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철 대표는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해서는 “이는 사용 상의 유해성을 알려주는 자료가 아니라 물질을 직접 다루는 작업자에게 취급 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것이어서 다른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물류 흐름 등과 관련, 그는 “PHMG를 옥시 측에 중개 판매한 것은 CDI라는 기업이고 이는 SK케미칼이 PHMG를 보유하고 있었던 유공을 인수하기 전의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잘 모른다”고 말끝을 흐렸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은 “SK케미칼은 유독물질인 CMIT/MIT 및 PHMG를 공히 취급했던 유일 업체”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인도적 차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정부조사 결과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본인의 입장을 방어하든 인정하든 행동을 해야 한다”며 “세계적인 대기업으로서 사태를 방관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환경부의 추가조사가 끝날 때까지 무한히 미루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법인으로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 있어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화합물도 독성이 없는 것은 없다. 용도 전개에 대해 물질을 제공하는 업체가 어디까지 알 수 있고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의 깊이를 더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