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젊어진 국내 제약사 CEO
글로벌 감각 30대~40대 오너 2⋅3세 등판…전문경영인도 새 바람
2022.07.07 14:08 댓글쓰기



유독 장수하는 리더가 많은 제약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30~40대 사령탑이 잇달아 등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면서 ‘안정’보단 ‘변화’를 추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너가(家) 경영 승계 과정의 일부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연령과 무관하게 기회를 준다는 국내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제약업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로 인해 제약업계에 혁신 경영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너 2~3세 중 1974년·1976년생 다수 차지


자수성가 형태로 성장한 국내 제약업계의 특성상 30~40대 젊은 나이에 수장이 된 회사 대표들은 대부분이 오너의 자녀들이다. 


이들 가운데 1974년생(48세)이 가장 많았고, 1976년생(46세)이 그 뒤를 이었다. 


한미약품의 오너 2세인 임주현 사장, GC녹십자 지주사 녹십자홀딩스(GC) 허용준 대표, 환인제약 이원범 사장, 유유제약 유원상 대표, 이연제약 유용환 대표가 모두 1974년생 범띠다. 


임주현 사장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사장직도 겸직하고 있다. CEO 중심 체제로 운영되는 한미약품의 특성으로 인해 임 사장은 다른 제약사 오너들과는 달리 직접적인 노출이 거의 없다. 


고(故)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삼남인 GC 허용준 대표는 2021년 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한지 11년만이다. 


이로써 GC녹십자그룹은 GC녹십자 허은철 사장과 함께 형제 사장 체계를 꾸리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둘이 현(現) GC녹십자 허일섭 회장의 친형인 故 허영섭 전 회장 아들이라는 점이다. 


‘후계자=친아들’이란 통념을 깬 사례다. 원래 GC녹십자 최대주주가 고 허영섭 전 회장이었던 만큼 허일섭 회장이 형의 아들들에게 경영자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환인제약 이원범 사장은 이광식 회장의 장남이다.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경영지원실 실장, 부사장에 이어 지난 2012년 대표로 승진했다. 


유승필 회장 장남인 유원상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메릴린치, 노바티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후 2008년 회사에 입사했다. 부사장을 거쳐 2020년 대표로 등극했다.


유용환 대표는 창업주 고(故) 유성락 회장 장남으로 오너 2세다. 2010년 과장으로 입사해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6년 부사장에 오른 뒤 2019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너 3세 제일파마홀딩스 한상철 대표, 오너 2세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원호 대표, 오너 3세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는 모두 1976년생으로 용띠다.


한승수 회장 장남인 한상철 대표는 연세대 산업공학과 졸업, 액센츄어(구, 앤더슨컨설팅)와 IBM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회사 분할로 지주사가 탄생한 2017년부터 대표를 맡아왔다. 


강덕영 회장 장남인 강 대표는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사노피 아벤티스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2014년부터 공동 대표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MZ세대 1980년생도 경영자 ‘등판’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 대표도 등장했다. 30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보령 김정균 대표와 일성신약 윤종욱 대표가 대표적이다. 


1985년생인 김정균 대표는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2019년부터 보령홀딩스를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보령 대표까지 맡게 된 것이다. 


김정균 대표가 이끄는 보령은 지금까지와 차별화된 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보령은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약 127억원을 투자하면서 신약 개발 무대를 우주로 확장, 앞으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 공간에선 신약 개발을 위해 필요한 단백질 결정화 작업이 더 정밀하게 이뤄진다. 보령이 이 같은 점에 염두에 두고 우주에 선제적인 투자를 했다는 분석이다. 


김정균 대표보다 한 살 아래인 윤종욱 대표는 36세에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일성신약 윤석근 부회장의 차남인 윤 대표는 형을 제치고 초고속 승진한 오너 3세다. 


오너 3세인 국제약품 남태훈 대표는 1980년생이며, 삼일제약 허승범 회장은 1981년생이다. 아주약품 김태훈 사장과 경동제약 류기성 대표(부회장)는 모두 1982년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 특성상 긴 호흡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많아 오너 경영 체제가 다른 업종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일찌감치 경영 수업을 받고 경영 일선에 뛰어드는 오너 2~4세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40대 전문경영인 ‘대웅제약’·3연임 장수 CEO ‘종근당’


최근 국내 제약계에서 가장 핫한 사안으로는 40대 전문경영인(CEO) 선임과 같은 파격적인 인사다. 대웅제약이 단연 화제다. 


기존 전승호 대표에서 이창재 대표까지 CEO로 선임되면서 두 40대 기수가 1조원이 넘는 회사를 이끌게 됐다. 


투톱 체제로 운영되는 대웅제약에서 전승호 사장은 연구개발 및 글로벌 사업을 책임지고, 이창재 대표는 영업 및 마케팅, 인사 등을 총괄 지휘한다. 대웅은 두 사람의 협업으로 현재 영업이익 극대화 등 경영적으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보령 장두현 대표도 1976년생으로 40대 사령탑 케이스다. 그동안 보령의 인사 스타일을 비춰볼 때 파격적이라고 평가될 만하다. 


뒤늦게 제약·바이오 시장에 뛰어든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 역시 1977년생으로 40대 기수에 포함된다. 


이런 트렌드와 무관하게 장수 CEO 계보를 이어가는 제약사도 있다. 


제일약품 성석제 사장과 일양약품 김동연 사장이 거의 70대인 상황에서 장수 전문경영인 계보를 이어갈 주자로 종근당 김영주 사장이 꼽힌다. 


3연임 중인 김 사장은 1964년생으로 종근당의 비약적인 실적 향상을 이끌고 있다. 그는 고려대 미생물학과를 졸업, 미국 롱아일랜드 대학원에서 면역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독을 시작으로 스미스클라인비참, 릴리, 노바티스 영업·마케팅 총괄을 거쳐 2007년부터 머크세로노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2015년 종근당에 합류하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김영주 사장 취임 후 종근당 실적은 급성장 중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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