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문턱 높아진 현실…바이오·의료기기 기업 고민
예상외 고배 마신 기업들 향후 ‘재도전’ 성공 여부 촉각
2022.07.20 06:35 댓글쓰기



올 상반기는 상장을 노리는 바이오기업 입장에서 보면 가슴 졸이는 기간이었다. 상장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단 기업들마저도 난항을 겪었던 까닭이다. 보로노이의 경우 3월 자진 철회 아픔을 겪은 뒤 다시 한번 권토중래를 노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바이오기업이 저마다의 무기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거나 청구하는 등 다시 한번 코스닥 진입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사를 노리는 의료기기 기업들도 적잖다. 데일리메디가 최근 바이오 및 의료기기 기업들의 상장 동향을 살펴봤다.


에이프릴바이오 부활했지만 보로노이 ‘상장 참패’


올해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건 중 하나는 큐로셀과 에이프릴바이오의 상장 도전 실패였다. 


에이프릴바이오는 2전3기 끝에 시장위원회에서 뒤집기에 성공했지만, 2차례 고배를 마신 것만으로도 바이오기업의 상장 문턱이 높아졌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큐로셀과 에이프릴바이오는 업계에서 코스닥에 무난히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들이었다. 두 기업이 각각 연구와 기술수출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던 까닭이다.


큐로셀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개발 기업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큐로셀이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유럽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임상 1상 결과에 따르면, 큐로셀 CAR-T 치료제 ‘안발셀’을 투여한 B세포 림프종 환자 9명 중 7명의 환자가 완전관해에 도달했다. 표본 수는 적지만 킴리아 임상 결과인 40%를 상회하는 수치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지난해 10월 덴마크 빅파마 룬드백과 ‘빅딜’에 성공, 기술수출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룬드백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A1’을 기술수출하면서 약 4억4800만달러(한화 약 5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까닭이다. 


더욱이 이중 향후 계약 파기 시에도 반환할 필요가 없는 선급금만 1600만달러(약 2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코스닥 상장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특히 큐로셀의 경우 지난 4월 22일 기술성평가에서 탈락 통보를 받으며 첫 문턱을 넘는 데도 실패했다.


기술성평가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2개 기관 평가에서 각각 A·BBB 등급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큐로셀은 국책연구기관에서는 A등급을 확보했지만, 신용평가기관에서 BB등급에 그쳐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큐로셀은 앞서 언급한 임상 결과를 기술성 평가 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줬다. 


이와관련 큐로셀 관계자는 “국내 CAR-T 치료제 기업 중 가장 앞선 임상 성과를 냈는데도 기술성 평가를 탈락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4월 코스닥 상장심의위원회에서 예비심사가 미승인됐다.


이에 대한 이의제기 역시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한 차례 결정 보류되면서 연이어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23일 시장위가 에이프릴바이오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하면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회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7~8월부터 공모 등 상장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바이오업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여겼던 보로노이의 상장 재도전 결과 또한 그리 좋지 못했다.


보로노이는 코스닥 상장 ‘재수생’이다. 지난 3월 14~15일 기관 수요예측 이후 결과가 좋지 않자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해 상장을 철회했지만, 6월 재도전을 진행했다. 


보로노이는 이번 공모를 위해 희망 공모가를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4만6060원으로 약 20% 낮추고, 공모주식도 200만주에서 130만주로 줄였다.


하지만 기관 대상 사전수요에서 공모가가 최저가인 4만원으로 확정된 데 이어, 일반청약에서도 경쟁률 5.57대 1을 기록하는 데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상장을 강행한 보로노이는 거래 첫날인 24일 시초가가 3만6000원으로 공모가보다 감소한 데 이어, 이날 주가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2만93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회사가 3월 기대했던 공모가와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샤페론·알피바이오·루닛 연중 IPO 전망


하지만 어수선한 시장의 분위기에도 코스닥 입성을 통해 ‘대박’을 노리는 기업들은 존재했다. 


5월 에이프릴바이오와 함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샤페론을 필두로 지아이이노베이션, 쓰리빌리언, 알피바이오 등 바이오기업들이 상장을 도모하고 있다.


샤페론은 지난 5월 26일 시장위원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으면서,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연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동안 샤페론은 기술특례를 통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해왔다. 


2019년에도 기술성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 A등급을 받지 못하고 BBB등급에 머물러 상장에 실패했다. 


이후 지난해 재도전에서 2개 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아 상장에 재도전할 수 있게 됐다.


샤페론의 주무기는 GPCR19 표적 염증치료제와 나노바디 항체치료제다. 특히 임상2상에 진입한 GPCR19 표적 치료제 ‘누겔’(아토피성피부염)과 ‘누세핀’(코로나19, 특발성폐섬유증), 최근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누세린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중 누세린의 경우 국전약품에 기술이전을 성공해 국내 1상이 곧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누세핀도 지난 4월 특발성폐섬유증 적응증 치료제로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해 국내 1상 진입을 준비할 예정이다.


올해 내 상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기업으로는 샤페론 외에도 알피바이오, 루닛,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중 알피바이오와 루닛은 지난 4월 나란히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연내 상장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상반기 내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3분기에는 수요예측 및 청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알피바이오는 약품 생산 및 신약개발 기업으로 대웅제약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범(凡)대웅가’로 분류된다. 특히 연질캡슐 생산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닛은 의료 인공지능(AI) 개발 전문기업으로 500만건 이상 의료데이터와 120건 이상 딥러닝 플랫폼 기술 특허권을 보유 중이다.


한편 신약개발 전문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경우 금년 4월 20일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상장 트랙은 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상장(유니콘 특례)이다.


유니콘 특례는 지난해 4월 신설된 상장 요건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이때 평가기관 1곳에서만 기술성평가 A등급을 받게 되면 상장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보로노이가 유니콘 특례 트랙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예비 심사를 통과한다면 유니콘 특례 2호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유전자 진단 전문기업인 쓰리빌리언과 약물전달기술 기반 신약개발 기업 인벤티지랩 등이 각각 지난 4월과 5월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코스닥에 도전장을 냈다.


AI 신약개발, 파로스아이바이오 對 온코크로스


신약개발 바이오기업들이 된 분위기 속에서도 상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인공지능(AI)을 무기로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개발 AI 기업 중 상장 성공한 기업이 현재까지 신테카바이오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AI 신약개발은 향후 코스닥 상장에서 ‘블루오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올 상반기 유한양행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면서 IPO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신약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케미버스’를 기반으로 탐색한 8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PHI-101’은 급성골수성백혈병 및 난소암 등 2개 적응증으로 임상1a상을 마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앞으로 온코크로스와 ‘2호 상장 AI 신약개발 기업’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온코크로스는 지난해 12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데 이어, 올 상반기 동화약품·JW중외제약 등 국내 대형 제약사와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온코크로스는 신약개발 AI 플랫폼 ‘랩터’를 기반으로 발굴한 9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가장 단계가 앞선 파이프라인은 근위축증 치료제 ‘OC514’로 한국파마가 판권을 이어받아 국내 2상을 신청했다.


다만 온코크로스는 최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체면을 한 차례 구긴 바 있다. 


지난 6월 4일 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13일 이를 철회했다. 이후 3일 만인 16일 규모를 대폭 줄여 1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코넥스→코스닥 확장이전 추진 의료기기 기업들 


의료기기업계 도전도 이어졌다. 높아진 문턱에도 상장 도전을 천명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의료기기 기업들의 경우 주로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도전이 많았다. 


그중 원텍은 이미 코스닥 이전상장을 확정했다. 원텍은 레이저 및 에너지 의료기기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1999년 설립됐다. 최근 대신밸런스제8호스팩과의 합병 절차를 마치고 30일 코스닥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체외진단기기 전문 기업 프로테움텍도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다. 프로테움텍의 경우 ‘재수생’으로 지난 2020년 기술특례를 활용해 코스닥 입성을 추진했지만 2021년 4월 상장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프로테움텍은 이번에도 기술특례상장을 노린다. 최근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알레르기 진단키트와 항생제 감수성 진단키트를 신무기로 삼아, 이르면 한 달 내 기술성 평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을 위해 합병을 택한 기업도 있다. 타스컴의 경우 지난해 9월 1형 당뇨병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던 이도바이오를 흡수 합병했다. 


기존 당뇨병 환자 대상 체외진단기기에 전임상 단계에 있는 당뇨병 치료제를 더해 당뇨병 전문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코스닥의 문턱을 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기술특례 트랙으로 2023년까지 코스닥 연착륙을 목표로 한다.


이외에도 상장 후보군으로는 휴벡셀, 유투바이오 등이 꼽히고 있다. 척추 임플란트 기업인 휴벡셀은 내년 상반기에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진단검사 관련 IT 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유투바이오는 구체적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주관사를 신한금융투자로 변경하면서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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