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제약 비운의 국산 개량신약 '리포락셀' 추이 주목
2024년 9월 재심사 종료됐지만 증례수 험난…추가 적응증 '유방암' 관건
2022.10.18 06:01 댓글쓰기




비운의 국산 개량신약으로 불리는 대화제약 ‘리포락셀’이 국내 시장에서 한번 팔아보지도 못한 채 퇴출 위기에 몰려있다.


신약이나 개량신약에 부여되는 시판후조사를 통해 안전성이나 효능에 문제가 없다는 자료를 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리포락셀 재심사 기간은 당초 2022년 9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이 기간이 대화제약 요청에 따라 2년 늘어난 2024년 9월까지 연장됐다.


위암치료제 리포락셀은 주사제로만 사용되던 파크리탁셀 성분을 마시는 액제로 제형을 바꾼 약이다. 이 제품은 허가 당시 식약처가 개량신약으로 인정해 6년의 재심사 기간을 부여받았다.


재심사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업체는 환자에 약을 직접 사용하면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신약이나 개량신약에 부여되는 통상의 조치다.


하지만 리포락셀은 아직까지도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허가한 지 6년이나 지났음에도 환자에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했던 약가가 너무 낮아 회사 측에서 수용할 수 없었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에서 제시한 최종 약가는 대화제약이 책정했던 약가의 50%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리포락셀 약가 산정 과정 불합리”


약가 책정의 세부 과정을 보면, 리포락셀은 동일성분 주사제인 탁솔이 있어 개량신약(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받았으며, 자료제출 의약품 중 가장 개발 난이도가 높은 ‘새로운 투여경로 의약품’으로 분류됐다.


이 경우 다른 개량신약과 달리 산정기준 적용을 받지 못하고, 신약과 동일한 약가 등재 절차를 거쳐야 하는 ‘협상대상 약제’로 구분된다.


두 기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교 대상 약제와 가격 계산법이다. 전자의 경우 오리지널 약가 대비 100~110%로 약가가 결정되지만, 후자의 경우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합한 가중평균가격을 기반으로 최저기준 약가를 산출한다.


대화제약은 오리지널 탁솔주 30mg가격이 아닌 5개 함량(30, 100, 150, 200, 300mg) 제네릭 포함한 모든 파클리탁셀주사제의 판매량을 가중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 약가를 신청했다.


심평원은 대화제약과 계산 방식이 달랐다. 주사제의 경우 조합이 가능하다면 가장 저렴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이에 처방액의 90%를 차지하는 30mg, 100mg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한 채 사용량이 저조한 300mg의 가중평균가격을 제시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대화제약이 책정한 약가와 심평원이 제시한 약가는 간극을 좁히지 못해 비급여로 최종 결정됐다. 실제 심평원 제시가는 제네릭 최저 수준이었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리포락셀은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개발을 완료한 데 대한 보답을 하고, 합리적 약가로 환자에게 혜택을 돌리려 했다”며 “현행 규정에 막혀 수용이 힘든 약가를 제시받아 국내 시판에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 산정 과정에 유연한 규정 적용이 이뤄져 우수한 국산 제제기술과 개량신약이 사장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약가 결정에 합의를 못한 결과 리포락셀은 지난 6년간 비급여로만 일부 판매됐으며 보험 처리가 되지 않아 환자들에 처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비급여로 인해 제대로 된 처방이 어려워지면서 재심사에 필요한 임상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최초 재심사를 위해 모집해야 할 환자는 600명이었으나 현재까지 참여한 환자는 50명 정도였다. 재심사 만료기간까지 정해진 환자 수의 임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허가는 취소된다.


이에 대화제약은 재심사 만료기간 5년 연장과 재심사 참여 환자수를 줄여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


식약처는 재심사 기간은 회사 요청의 절반도 안 되는 2년만 연장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심사 참여 환자 수가 375명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재심사기간이 늘어나면서 허가도 자동 연장됐으나 2년 후까지 375명의 환자를 모집해 임상을 마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리포락셀의 경우 비급여 제품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환자가 많지 않아 재심사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환자 모집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신규 임상에 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재심사의 경우 환자 1명당 지급되는 비용이 최대 30만원에 불과해 신약 임상에 비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다. 재심사를 맡을 병원이나 의료진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대화제약은 재심사 만료기간 연장에 따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허가 취소라는 불은 껐지만 2년 후 닥쳐올 상황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회사, 해외 공략·적응증 추가 등 ‘위기 극복’ 총력 


대화제약은 리포락셀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회생 전략은 바로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기존 위암 적응증에 유방암을 추가하는 것이다.


리포락셀은 최근 중국 신약허가 신청을 마쳤다. 중국 허가신청 적응증은 중국 3상 연구의 효능 및 안정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으며, 이 연구는 리포락셀과 파클리탁셀 주사제인 탁솔과 진행성 위암 환자에 대한 2차 치료제로서 효능과 안정성을 비교했다.


현재 진행성 위암 2차 치료제로는 파클리탁셀 단일요법이 미국 NCCN 위암 가이드라인의 2차 표준 치료용 약제로 추천되고 있다.


중국 CSCO의 위암 가이드라인에서도 1A류증거 특별추천(1등급 추천) 단일약제로 파클리탁셀이 활용되고 있다.


중국에서 위암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보험 적용까지 이뤄진다면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본격적인 처방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대화제약은 현재 리포락셀의 효능 추가를 위해 유방암에 대한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 3상은 한국·중국·동유럽 등 50개 기관에서 유방암 환자 476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임상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 된다.


대화제약이 리포락셀의 재심사 만료 전까지 유방암 적응증을 추가할 경우 허가 취소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신규 시장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리포락셀은 대화제약이 약 20년 동안 약 2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만든 개량신약이다. 정부도 이 약의 가치를 인정해 임상 비용 8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약가 산정 과정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할 때 리포락셀을 대표 품목으로 꼽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개량신약 등에 적용되는 약가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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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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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이구역 xxx 06.23 11:32
    환자가 편리하도록 만든 개량신약을 제일 저렴이 약가 기준으로 정하는게 말이 되나? 신약 개발의지 꺾는 약가제도 제발 손좀봐라
  • 유승현 03.01 07:32
    꼭 중국 미국에서 성공해서 대화제약이 우뚝서기를 바랍니다

    심평원과 식약처는 무엇이 복지이며 암 환자들의 아픔및 경제적으로 얼만큼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라 책상에가만히 있지말고
  • 촌놈 10.18 16:05
    적정약가책정으로 암환자들에게 희망을~십평원은 좀 제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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