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의사들 '필요성' 강조···'의료용식품' 재조명
시장성 등 작아 진출했던 제약사 철수···현재 식품기업들 선점 박차
2022.12.13 05:10 댓글쓰기

과거 애보트 등 제약사가 국내에 선보였다가 수익성 부진 등을 이유로 철수했던 의료용 식품(메디컬푸드)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의료계에서 질 관리를 위한 제도권 편입을 주문하고, 식품 대기업은 암환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들을 내놓는 한편 지자체들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의료계 및 식품업계에 따르면 메디컬푸드는 수술 전후 또는 만성질환으로 몸이 약해진 환자가 영양을 섭취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일반 식사대용식 및 특히 영양제·건강기능식품과는 차이가 있다. 


기존 제품들은 대부분 식품으로 분류되며 이 경우 의약품과 달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환자식으로 처방되거나 일부 약으로 나온 제품은 약품코드로 들어가는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디컬푸드 시장 활성화를 주문하는 의사들 목소리는 근래 중환자의학계 등 외과계에서 제기됐다. 영양이 취약한 환자는 치료만으로 호전이 힘든데, 임상에서 활용할 만한 질 좋은 제품이 없다는 문제의식의 발로다.   


근래 ‘K-바이오헬스 포럼’에서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급성기질환을 겪은 중환자의 경우 근육량·체지방량이 급격히 감소하는데,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며 메디컬푸드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서 이 분야 연구 선구자로 꼽히는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의료에서 영양 측면이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경장영양 발전이 더디다”며 “약과 식품 등이 혼용돼 질 관리가 안 되고 있는데 정말 필요하면 보험급여까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재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회장(국립암센터 간담췌외과 교수)은 근래 기자간담회에서 “경장영양 관련 제품이 대부분 식품으로 분류 돼 좋은 제품을 사용할 근거가 없다”며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면 회사들이 규제를 받으며 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단가도 보전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계의 공감이 형성된 가운데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7월 메디컬푸드 관련 제정법 및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최근 추진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해당 법안은 메디컬푸드를 규정하고 의약품처럼 기준·규격 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이상사례 보고를 의무화 하는 것 등이 골자다. 


아워홈 등, 암환자용 제품 개발 시작···지자체 연구 활발 


국내 메디컬푸드로는 2010년대 초반까지 유통되던 한국애보트 ‘엔슈어’가 철수한 뒤 현재는 영진약품의 ‘하모닐란액’, JW중외제약 ‘엔커버액’ 등 해외에서 들여온 두 품목이 독주 중이다. 품목이 다양하지 않다 보니 일부 공급 차질 이슈를 겪기도 했다.


식품업계는 헬스케어 진출을 선언한 대기업을 필두로 해당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식품에서 중증질환 환자를 위한 제품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아워홈은 금년 5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시행하는 연구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 오는 2025년까지 ‘소화기암 환자 수술 후 영양충족·소화 증진이 가능한 암환자용 메디푸드 산업화’를 수행한다.  


아워홈이 관련 기술 개발 및 산업화를 총괄하며, 메디컬푸드 전문 기업 엔바이오셀 및 서울대, 고려대의료원, 이화여대 등과 영양소 흡수율을 증가시킨 효율적 전달체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와 혈당 개선 연구를 진행해온 현대그린푸드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맞춤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대상홀딩스의 자회사인 대상웰라이프도 당뇨병 환자용 제품을 내놨다. 


메디컬푸드 개발 의지는 지자체 단위에서도 뚜렷하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미래먹거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완도군은 완도바다에서 나는 전복·해조류 등을 이용한 항암치료 후 섭취 가능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산림·바다 자원이 풍부한 제주도 또한 민선 8기 공약사항이었던 메디컬푸드 산업 육성을 위해 전진기지를 자처하고 기업 및 기업연구소 유치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고혈압·폐질환·간질환·염증성 장질환 등 다양한 관련 식품이 공급되면서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특수의료용도식품 표준제조기준을 기존 7종에서 총 12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일반환자용·당뇨환자용·신장질환자용·암환자용·장질환자용·열량 및 영양공급용·연하곤란자용 점도조절식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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