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료기관 적용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금년 1월 27일부터 전면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문을 5일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안전확보 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해서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한다.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직업성 질병자가 1년내 3명 이상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의미한다.
의료 현장에서의 재해는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발생한 B형 간염, C형 간염, 매독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의 혈액전파성 질병이 포함된다.
‘중대시민재해’란 공중이용시설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를 의미하며, 공중이용시설에는 연면적 약 600평 이상, 병상 수 100개 이상인 의료기관이 포함된다.
대개협은 "환자 안전과 건강에 대한 다양한 규제와 처벌 조항이 기존에 있기에 이를 이중으로 처벌할 소지가 있는 본 법안 시행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형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중소 병의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비는 안 돼 있다"며 "의료기관은 오랜 기간 살인적인 저수가로 인해 새로운 법령에 대응할 인력과 시설도 준비돼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단체는 "대부분의 중소 의료기관은 의사가 진료와 경영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익숙하지 않은 시설 안전관리까지 돌볼 여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그럼에도 상기 법령에 따르면 사망자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발생하는 등 그 처벌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로 강하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하는 경우 면허가 취소되는 가중 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2022년 11월 20일부터 의료인 면허취소 대상 범위가 기존 ‘의료법 위반’에서 ‘의료 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된 의료법이 시행돼 업무상과실치사상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 면허를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법으로 그 취지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의료 현장은 수많은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로 붐비는 밀도 높은 공간"이라며 "대부분 각종 질환 및 사고를 당한 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