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제약사들이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비용 증가 및 원자재 수급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하반기 경영 전략도 점검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만에 1300원을 돌파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유발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22년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2분기(96)보다 17포인트 내린 79로 집계됐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인데, 제약업종은 79로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통상 다른 업종에 비해 대외 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고, 리스크가 적다고 여겨졌던 제약업계도 초입에 들어선 3고(高) 위기에 긴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의약품 원료, 부자재, 포장재 등의 단가가 모두 오르고, 수급에도 차질을 겪는 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원료의약품 수입 시 비용 부담이 커진다.
고환율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유가까지 상승하고 있어 물류 및 유통 비용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
A제약사 관계자는 "인도나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가격이 인상된 것은 물론 제때 공급이 안되는 일도 많다"며 "제조원가가 계속 오르면 약가를 조정하든 다른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과 함께 의약품 생산에 쓰이는 부자재와 포장재 등도 고민거리다. 의약품을 포장하는 용기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제약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B제약사 관계자는 "알루미늄 포장 PTP(Press through Pack, 포장이 돼 약을 눌러서 먹는 형태)의 경우 가격도 문제이지만 물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경영진에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조원가 인상, 물가 수준 등으로 실제 의약품 가격 인상에 나선 제약사도 있다. GC녹십자는 근육통 완화 파스 제품인 '제놀쿨', 일동제약은 '아로나민씨플러스' 공급가를 인상한다.
통상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 브랜드 내 제품들을 하나씩 선택해 정기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제약사들도 원가 상승을 반영해 가격 인상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정적인 경제 전망을 고려, 금년 하반기 사업 계획을 재검토한 기업들도 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세웠던 회사들이 조정에 나섰다.
C제약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변화와 도전을 위한 신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는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경영진 판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