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업계 '대어'로 꼽히는 만큼 향후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루닛이 이달 21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지난해 6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며 본궤도에 오른지 1년 만이다. 다만 지난 7~8일 진행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상태다.
루닛은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며 공모가를 기존 희망 범위 하단보다 30% 이상 낮춘 3만원으로 확정했다. 당초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3년 설립한 루닛은 AI 기반 의료영상 진단 및 치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대표 제품으로 암 진단에 특화한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를 위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가 있다.
루닛 경쟁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루닛은 전체 인력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R&D) 인력으로 구성하고,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실제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국내 헬스케어 기업 최초로 모든 평가기관에서 AA등급을 획득했다.
그러나 루닛 기업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수년째 적자를 보이고 있으나 흑자를 내는 비교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루닛 비교기업으로 셀바스에이아이, 비트컴퓨터, 트윔 3곳을 선정했다. NH투자증권은 이들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4.82배를 적용해 산출해 루닛 기업가치를 1조300억원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3개 기업 중 PER가 가장 높은 트윔은 의료 분야가 아닌,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되는 검사장비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특히 루닛과 동종 업계로 불리는 뷰노, 딥노이드, 제이엘케이는 비교기업군에서 아예 제외됐다.
루닛은 주력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를 내세워 매출을 꾸준히 높이고 있으나 여전히 적자 상태다. 루닛은 지난해 매출 66억원, 영업손실 457억원, 당기순손실 737억원을 냈다. 올 1분기에도 2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동종 업계 상황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실제 앞서 같은 트랙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의료 AI 기업 대부분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회사는 글로벌 진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를 위해 후지필름, GE헬스케어 등 글로벌 의료기기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글로벌 액체생검 1위 업체인 가던트헬스와 손잡고 판매 채널도 구축했다.
회사 측은 2024년 흑자전환에 성공해 매출액 1495억원, 순이익 58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올해 매출이 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나고 루닛 인사이트가 올해 130억원, 루닛 스코프가 77억원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것은 맞지만 이에 연연하지 않고 회사를 믿고 투자해주신 투자자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성장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