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디지털치료제라고 불리는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를 의료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서 임상 도입을 위한 시범 모델을 운영한 결과, 154개 후보 기술 가운데 1개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료 소프트웨어를 통해 치료 효과를 내는 제품이다. 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있어 약물치료를 대체 및 보완할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디지털 치료기기 급여등재 절차 사례 및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국가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이하 NHS)의 심리치료접근성개선(Improving Access to Psychology Therapies, 이하 IAPT)이라고 불리는 정신질환 프로그램에 디지털 치료기기를 도입하기 위한 평가 프로세스를 운영했다.
IAPT 프로그램은 성인의 주요 우울 장애 및 불안 장애 치료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국립보건임상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근거 기반의 심리치료요법을 제공한다.
영국은 여기에 디지털 치료기기를 도입, 임상효과를 검증하는 '디지털 IAPT 평가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우선 IAPT 프로그램에 적용할 만한 기술을 탐색하고 이 가운데 국립보건임상연구소에서 정한 자격기준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평가 대상으로 선정한다.
전제조건은 최소 1건 이상의 무작위대조시험 연구 결과로 효과가 입증되고, 임상 심리사의 개입이 수반되는 디지털 치료기기여야 한다.
이후 최대 2년, 혹은 200명의 사례를 충족시킬 때까지 실제 임상 평가 단계를 거친다.
평가 후에는 표준치료 대비 동등한 수준의 임상 개선 및 회복을 보였는지를 비롯해 환자 및 임상심리사가 수용할 만한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는지, 임상심리사의 시간절약 등 기대했던 보건·사회돌봄 시스템의 편익이 있었는지 등을 고려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임상적으로 동등한 효과를 보이고 자원소모가 적거나, 임상적으로 더 큰 편익을 보이면서 유사한 자원소모를 가져오는 경우 IAPT 프로그램에 최종적으로 채택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운영 결과, 기술 탐색 과정에서는 154개의 후보기술이 확인됐지만 실제 임상 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기술은 5개에 불과하며 최종적으로는 1개 제품만 평가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은 우울 장애를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즉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상 적용을 기획하는 초기에는 상당히 많은 제품이 후보로 올랐지만, 막상 시범운영을 해 보니 실제로 활용 가능한 기기는 소수에 불과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없지만 10개 제품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에 보건당국도 급여 적용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 디지털 치료기기 제품도 기존 치료 대비 우수성 및 경제성 등을 충분히 입증해야 실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영국은 IAPT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임상심리사 및 환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디지털헬스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내서도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전체 디지털 기술을 포괄해 평가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