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엘이 대한적십자사 면역검사시스템(혈액선별기) 입찰 결과에 대해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관련자를 불법행위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적십자사가 '불공정 입찰'을 주장해온 피씨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맞수를 놓은 셈이다.

피씨엘이 대한적십자사 면역검사시스템 입찰 결과에 대해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피씨엘은 적십자사가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 '애보트'와 사전 담합을 했고, 이에 따른 역차별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피씨엘 9일 입장문을 내고 "대한적십자사와 입찰에 참여한 애보트와 사전 담합 및 불공정 덤핑 입찰 정황이 확인됐다"며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씨엘이 주장하는 담합 정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피씨엘은 적십자사가 애보트에게 사전납품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적십자사는 지난 2006년부터 애보트 혈액선별기 16대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애보트가 기존 장비를 활용해 추가로 도입할 장비 성능을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피씨엘은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애보트 특혜 의혹에 대해 질의하자 적십자사 본부장이 향후 입찰에서는 기존 장비를 철수시킨다고 답변한 점을 주장 근거로 뒷받쳤다.

피씨엘은 "평가는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애보트가 같은 장비로 '셀프 테스트' 특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피씨엘은 애보트 투찰 가격에 대해서도 담합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면역검사시스템 교체 사업은 예산 546억원 소요되는 사업이다. 장비(혈액선별기)에는 71억원, 시약(4개)에는 465억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애보트가 투찰한 가격은 316억원으로 사업예산 58%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피씨엘 측은 "애보트가 지난 5년간 납품하고 있는 시약 2가지만 금액이 275억원이다. 나머지 2개 시약과 혈액선별기 가격을 겨우 41억원으로 책정한 셈인데 이는 말도 안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애보트가 기존에 설치한 장비를 제외한 가격으로 입찰했거나, 국산 장비인 피씨엘을 탈락시키기 위해 양쪽이 담합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씨엘은 "절차상 하자와 증거자료를 지속적으로 공개해 부당함을 알려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적십자사는 "특정업체에 유리한 입찰을 진행한 적이 없다"며 피씨엘 주장에 모두 반박했다. 특히 모든 절차는 외부에 용역을 주고 진행하고 있기에 적십자사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게 적십자사 입장이다.

먼저 적십자사는 피씨엘이 모든 사항을 사전에 동의하고 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피씨엘은 장비에 타사(국내 업체 1곳, 국외 업체 2곳) 시약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면서 "모든 입찰 진행 시 관련 절차에 의거해 사전규격을 공개하고, 업체 의견을 받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찰과정에서 평가프로토콜 등 공개 가능한 자료는 모두 공개했으며, 자료를 숨긴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투찰 가격 담합에 대해서도 적십자사 관계자는 "투찰 가격에 특혜를 주려면 피씨엘 투찰 가격을 알아야 하는데, 조달청에서 공개하기 전까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적십자사는 이르면 다음주 피씨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구교윤 기자 (yun@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