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근거 중심 의학’에서 ‘데이터 중심 의학’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헬스를 통해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0일 대한디지털헬스학회는 은평성모병원에서 창립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디지털헬스학회는 지난 11월 출범한 학술단체로, 초대 회장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권순용 교수다.
디지털헬스 분야 기술정책 및 사회적 수요에 대한 연구개발 사업 수행·산학연병관 협업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순용 회장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속에 디지털헬스에 대한 새로운 생태계 조성 및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학회는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창립됐으며 오늘의 학술대회가 그 소산”이라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원주세브란스 예방의학과 고상백 교수는 “현재 디지털헬스는 디지털헬스케어, 모바일헬스, u헬스케어 등 다양한 단어가 혼재된 상황이나 WHO에서 2019년에 ‘디지털헬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헬스는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에 관한 연구, 모바일헬스케어와 e-헬스케어를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빅데이터, 유전체학, 의료인공지능을 포함하는 전(全) 영역을 의학과 잘 융합해 실제 임상현장 및 연구현장에서 적용해 나가는 전문분야로 정의된다.
고상백 교수는 “경험 중심 의학이 근거 중심 의학으로 발전했듯이, 앞으로는 데이터 중심 의학이 주류가 될 것”이라며 “우리 학회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 의료체계, 디지털헬스 활용 병원과 지역사회 연계한 통합돌봄시스템"
고 교수는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디지털헬스 의료기기는 사용자와 주변 환경 데이터를 연속적이고, 정량적이며 높은 빈도로 실시간 측정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빅데이터 활용과 자료 통합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통합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디지털헬스 가치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전통적 의미에서 의료데이터 통합과 실시간 분석은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과 관리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앞으로 의료체계는 건강 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질병이 아닌 사람,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가야 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디지털헬스를 활용해서 병원과 지역사회를 연계한 통합 돌봄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전략본부 김재용 데이터관리부장은 “높은 관심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현실에서 대중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용 부장은 “특정 디지털 기술은 보건의료시스템 이해관계자들과 사회적 환경이라는 변수에 좌우될 수 있다”며 “단편적 아이디어에 의존하기보다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보건의료 생태계 특성에도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한 “현재 기술 수준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인간이 수행하는 의료행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영국에서 성공한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심리상담 디지털 서비스도, 기존 상담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로는 편익이 뚜렷한 상품, 가치가 입증된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장밋빛 미래 예찬만으로 동력을 유지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공익성을 입증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통해 공공과 민간의 적극적 협업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