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와 피씨엘의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대한적십자사가 면역검사시스템(혈액선별기) 교체 사업에서 '불공정 입찰'을 주장해온 피씨엘을 상대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그동안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해온 대한적십자사가 법적 대응까지 나서면서 베일에 싸인 진실 여부가 판가름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노후화된 면역검사시스템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혈액선별기 교체 사업'을 진행했고, 사업에 참여할 기업들의 입찰을 받았다.
혈액선별기는 헌혈자 혈액이 수혈이나 약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지 기계와 시약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장비다. 기계(71억원)와 시약(475억원) 등 예산 546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사업이다. 이번 입찰에는 미국 기업 애보트와 국내 기업 피씨엘이 참여했다.
그러나 입찰에 참가한 피씨엘이 적십자사가 애보트에 유리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일어났다.
피씨엘 측은 적십자사가 애보트 혈액선별기를 사용하기 위해 자사에 불리한 입찰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적십자가 애보트와 독일 지멘스헬시니어스 장비를 16년째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유착관계를 지목했다.
적십자사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절차는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반박해왔으나, 최근 논란이 커지자 결국 피씨엘을 상대로 형사고발에 착수한 상태다.
적십자사는 지난달 31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피씨엘에 대해 형사고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입장문에서 "피씨엘 측이 면역검사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적십자사가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입찰을 불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적십자사 명예를 심각히 훼손해 형사고발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적십자사는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입찰과정 조달청 위탁 ▲공인된 외부 기관을 통한 성능평가 실시 ▲규격평가위원회의 외부위원 확대 등을 언급하며 피씨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만 피씨엘 관계자는 "단순히 국산 장비를 사용해 달라는 주장이 아니다. 입찰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이라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사안은 현재 기획재정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도 안건으로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피씨엘은 지난 4월 혈액선별기 신규 구매 입찰사업 관련한 분쟁조정 안건을 제기했고, 기재부는 오는 6월 31일까지 15인으로 구성한 분쟁위에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분쟁위는 향후 회의를 열고 양 기관 의견을 청취한 후 조정안을 통보할 예정이다. 이 때 15일 이내 이의제기가 없을 시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발생한다.
의사
구교윤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