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디지털헬스 영역에 접목되기 위해서는 의료 분야 특수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보건의료데이터 혁신포럼에서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CIC 대표[사진 左]는 "병원에서 IT분야를 맡아보고,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정책적 논의에도 참여해 본 입장에서 보면 의료영역 마이데이터 사업은 과거와 논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란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모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금융 영역에서는 소비자의 분산된 신용정보를 통합, 각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마다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빠르게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황희 대표 설명대로 의료 분야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마이데이터 토론회에서도, 의료분야는 '마이헬스웨이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핵심과제 추진' 차원 논의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이미 해외 여러 국가의 정부에서도 마이데이터와 비슷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외국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준비하려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의료쪽은 유독 논의를 거듭해도 진전이 없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미움도 많이 받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의료데이터는 개인 생명과 직결된 정보이며 이를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관과 산업계의 책임까지 생각해 보면 당연히 신중한 논의를 전개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해외에서는 오히려 공공의료 분야 접근성 확대 및 의료격차 완화 측면에서 마이데이터 구축 논의에 접근하고 있다. WHO나 OECD도 마찬가지"라며 "원격의료 등으로 성급하게 산업화부터 할 생각보다는 신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데이터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마이데이터 구축은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황 대표는 "날것의 임상데이터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불친절하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해석이 어렵기 때문에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이 더 늘 수도 있다“며 ”본인 의료데이터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해 가능한 정보로 가공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도 거버넌스 구축 차원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거버넌스 운영하고 의사 참여 기회 확대 필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실장[사진 左]은 “안전한 사업 운영을 위해 의료계와 부처, 국민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의사 참여 기회를 늘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석균 실장은 “마이데이터의 실상을 보면 너무 추상적이다. 의무기록인지, 혈액수치인지, 어떤 데이터를 구축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에 따라 사업 범위도 크게 달라질 텐데 구체적 논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모든 병원 의무기록 형식과 의료영상 해상도조차 각각 달라, 의사들도 다른 병원 진료기록은 정확히 해석하는데 애를 먹는데 이를 어떻게 표준화한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마이데이터 도입이 의료 현장에 일시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문 실장은 "CCTV 논의의 경우도 자료가 유출되면 고스란히 의료기관에 책임이 넘어오는 상황인데 마이데이터 사업 또한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수치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병원을 방문하고, 이것이 의료비 급증을 야기할 수 있다"며 "지역 의료기관보다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용이 쏠려 의료생태계가 교란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 실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은 크게 보면 원격 모니터링과 궤를 같이 한다. 예방의학 차원에서 지속적 추적 관찰을 통한 건강 관리인데 이를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 등이 안전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인 의사 참여를 높이고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