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새 정부가 공공데이터 개방 의지를 내비치면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직접 나서 의료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헬스케어 기업들의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위해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전면 개방한다. 이를 위해 '민관 협력 디지털플랫폼 정부 특별법'을 제정하고 출범 3년 내 범정부적 기틀을 완성할 계획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를 말한다.
새 정부는 향후 네거티브 원칙 하에 공공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공공데이터 활성화를 저해하는 법 해석과 관행을 정비해갈 예정이다.
규제에 속앓이 하던 기업들 새 가능성에 속속 출전
새 정부가 그리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청사진이 공개되자 그동안 규제에 발목이 잡혀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라이프시맨틱스는 최근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인재 물색에 돌입했다. 회사는 새롭게 확보하는 인재를 기반으로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 건강 기록) 상용화 플랫폼 '라이프레코드'를 고도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갈 방침이다.
모집분야는 기획부터 개발 및 영업까지 총 9개 직무로 각 부분별 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경력을 보유한 인재를 선발한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라이프레코드를 기반으로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라이프레코드는 개인 건강 데이터 생성 및 수집, 저장, 분석, 가치창출, 최적화 등 가치사슬 단계별 필수적인 공통기술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라이프레코드 구축에 활용된 의료 데이터 수는 약 8억 건 이상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이 대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의료 데이터 플랫폼 전문기업 레몬헬스케어도 정부 지침에 발맞춰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한화자산운용 스마트헬스케어 신기술조합 1호에서 170억원대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대를 위한 동력까지 마련한 상태다.
레몬헬스케어는 병원과 약국·카드사·카카오·PG사 간 시스템 연동으로 진료 예약과 결제 등 다양한 의료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페이퍼리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PHR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특히 추후 의료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환자 본인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안전하고 대외적으로 공신력 있게 저장, 관리, 활용하기 위해 블록체인 채널도 구축할 계획이다.
에비드넷도 시장 공략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에비드넷은 올해 초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관련 사업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설립했다.
지난해 6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메디팡팡'을 선보이며 의료 마이데이터 실증 사업을 진행한 에비드넷은 올해는 서비스 확장을 위해 데이터 연계 병원과 참여 의료진 수를 늘리고 데이터 제공 기관도 동네 의원까지 넓힐 계획이다.
특히 데이터 항목도 걸음수, 심박수, 혈압, 수면시간 등 라이프로그와 유전체 데이터 등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회사는 최근에는 현재 가장 큰 우려로 지적되는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
에비드넷은 최근 정보보호경영시스템 국제 표준인증인 ISO27001을 받았다. 이 인증은 정보보호 관련 14개 관리 영역과 114개 세부 항목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친 기업만 통과할 수 있는 정보보호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인증이다.
에비드넷 관계자는 "에비드넷 보안 체계가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인정받게 됐다"며 "국내 의료 빅데이터 선두기업을 넘어 중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블록체인 기반 헬스케어 전문기업 메디블록은 의료 마이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개인 진료 내역을 자유롭게 열람하고 활용하는 것을 넘어 업체에 제공해 보상을 받는 시장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신약이나 의료 인공지능(AI)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처럼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에도 속도가 붙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