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코로나19를 거치며 부(富)의 재편이 이뤄졌다. 적응하는 곳이 호재를 누리는 법이다. 갈수록 비대면·정보 분야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도 의료 빅데이터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최근 열린 대한응급의학회 춘계학술대회서 의료 빅데이터 전문 벤처 에비드넷 조인산 대표이사(아주대 약대 겸임교수)는 이 같이 역설했다.
그는 “여러 산업에 걸쳐 비대면은 비가역적인 트렌드가 됐다”며 “의료·병원계에도 메타버스·디지털화·가상 기술 등이 자리잡고 있고, 이 기술들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빅데이터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정밀의료·신약개발·안전성 평가·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임상시험 효율화·의료 가이드라인 수립 등 매우 다양하다.
정밀의료에 대해 그는 “미국에선 정밀의료 가속화를 위해 질병 데이터를 서로 연구·공유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며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기부해 세상이 건강해지는데 기여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어떤 약과 어떤 치료를 통해 효과를 봤는지 잘 알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와 그 환자의 데이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팬데믹에 따른 임상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신약 연구개발도 가속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얼마나 많은 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또 임상 환자를 모집하느냐가 명운을 가른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모집 단위가 1~2억명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또 “일례로 리얼월드데이터(RWD) 등을 통해 무작위임상시험(RCT)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알려진 사실까지 재현할 수 있었다”며 “허가 보완 수단으로서의 RWD의 활용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분야에서 미국은 매우 앞서있다. 지난 2018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병원 전자의무기록 정보를 바탕으로 의약품 효능·안전성을 감시하고 효능 이해에 RWD를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조 대표는 “미국에서는 임상 참가자가 몇 명인지 다 볼 수 있는, 이른바 데이터 연결 기업들이 성장 중”이라며 “수백만명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한국도 IT 인프라 투자 지속해야 하며 30년 후에는 격차 커질 것”
아직까지 환자 정보를 받아 연구에 활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 대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 의료분야 빅데이터에 대한 회의론이 상당했지만 근래 들어 그 회의가 확신으로 바뀌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표준화된 데이터를 활용한 논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종식을 눈앞에 둔 지금 시점에서 지난 경험을 반추, 과감한 미래 분야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조 대표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등의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미국은 의료 IT 등의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해놨다”며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여전히 또 다른 위기가 예측된다. 영리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팬데믹에서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 중증화율은 미국 대비 낮았지만 과연 30년 후에도 그럴 수 있을까”라며 “선제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격차가 가파르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대학 연구진·RWD 전문가·의료기관 등이 손을 잡아야 가능한 일”이라면서 “미래 헬스케어를 탄탄히 만드는 일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