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주주 갈등' 발생 곤혹스런 의료기기업체
소액주주들 단체행동, 라파스·디엑스앤브이엑스 등 소통 부족으로 '분쟁'
2022.01.25 06:1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불통(不通) 경영으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주주들은 투명한 경영을 촉구하며 단체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업체들도 부랴부랴 소통 강화를 약속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라파스는 최근 소액주주연대와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주주들과 상생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라파스는 이번 합의를 기점으로 정기적인 주주 간담회를 개최하고 회사 발전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첫 번째 경영권 분쟁 종결 사례로 앞으로 어떤 선례로 남을지 관심이 높다.
 
라파스와 소액주주 사이 갈등은 소통 부재가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라파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9월 29일 임시주총 개최와 사내외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담은 내용증명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후에도 수 차례 주주 서한을 발송했지만 사측이 지속적으로 이를 묵인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결국 지난해 10월 라파스 소액주주연대는 소액주주가 발송한 주주서한 묵과 및 기관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한 IR활동에 강하게 반발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라파스 소액주주는 497명으로 지분율 21.33%를 차지한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20%가 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라파스가 발행한 주식이 총 859만주인 점과 정도현 대표 지분이 23.96%인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연대가 가진 영향력이 적지 않다.
 
특히 라파스 주가 하락과 관련해 사측이 “소액주주 운동 때문”이라고 답변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다. 
 
라파스가 입장을 바꾼 건 3개월 후다. 라파스는 소액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지난 20일 그간의 분쟁을 종결하고 회사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라파스 측은 “그동안 주주들과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고, 소통과정에서 오해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소액주주들과 정기적인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신뢰를 쌓고, 주주 화합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적극적인 IR, PR 활동을 전개해 회사 가치를 극대화해가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와 사회책임을 다하는 모범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엑스앤브이엑스・루트로닉도 소통 문제로 홍역

주주들은 주주 가치 제고와 투명한 경영을 촉구하며 단체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디엑스앤브이엑스(前캔서롭)도 소통 문제로 소액주주와 갈등을 겪었다.
 
4년 연속 주식거래가 정지된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올해도 거래 재개를 하는데 실패했으나 홈페이지에 죄송하다는 짤막한 입장문만 게재해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소액주주들은 사측이 원인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자 결국 본사를 찾아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회사는 장문의 입장문과 함께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당시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재하고 "계속된 거래정지로 주주분들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어 마음이 아프지만, 현재로선 회사와 신임(예정) 경영진을 믿고 거래재개를 기다려 달라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는 점 송구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오는 12월 23일 임시주총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보고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겠다. 앞으로 공개적인 채널을 통해 주주분들과 소통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루트로닉도 지난 2019년 소액 주주들과 갈등을 겪으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루트로닉 소액주주들은 “황해령 회장이 주주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본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소액주주들은 루트로닉이 2016년 중국시장 진출과 에스테틱 전문기업을 인수합병을 명분으로 600억원대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나 3년 넘도록 성과가 없는 점을 문제 삼고 해명을 촉구했다.
 
특히 "망막질환 레이저치료기기 알젠이 안과질환인 건성 황반변성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지 않는 등 주가 관리도 등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했다.
 
또 이고훈 前 부사장과 황현택 現 사장은 주주들이 원하면 인수합병 실패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요구에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들은 "인수합병 실패를 인정하고, 주주와 시장에게 정직하게 임상진행 상황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며, 유증자금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유증자금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루트로닉 측은 “소액주주들이 사업 계획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귀담아 듣지 않고 숨긴다는 식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해명하며 난감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해마다 주주들과 분쟁을 겪고 있는 만큼 신뢰를 쌓아가는 활동에도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대부분 주가 하락이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소통에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한 의료기기 업체 IR 담당자는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전화로 문의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 모두 결국에는 '믿음을 달라'는 마음”이라면서 “기업 신뢰는 회사에겐 가장 큰 리스크다. 평소 활발한 소통으로 신뢰를 축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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