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한국의료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병원 위탁 사업 유치에 성공하며 전세계에 ‘K-의료’의 저력을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건설사업을 통해 국력신장의 주춧돌을 놓은 중동에서 거둔 성과로, 최근 의료산업 열풍이 불고 있는 중동지역에서 신개념 고부가가치 수익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서울대학교병원은 2022년 상반기 쿠웨이트 정부와 뉴 자흐라병원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2년여 만이다.
2014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을 위탁 운영 중인 서울대병원은 이번 계약으로 두 번째 중동지역 병원 운영을 맡게 됐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칼리파 전문병원과는 내용과 규모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서울대병원이 진료 및 경영,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의료진 교육을 포함한 뉴 자흐라 병원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5년 동안 지원받는 운영비가 무려 5조원에 달한다.
칼리파 전문병원 운영비가 5년 간 1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배나 많은 액수다.
UAE 칼리파 전문병원의 경우 ‘해외 종합병원 운영권 최초 확보’라는 의미가 컸다면 쿠웨이트 뉴 자흐라 병원은 ‘의료산업의 고부가가치 실현’이라는 진일보된 성과라는 분석이다.
이는 운영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칼리파 전문병원의 경우 의료진 채용부터 병원 운영에 관련된 모든 사안을 서울대병원이 주관하는 방식이다.
반면 뉴 자흐라 병원은 운영 시스템 전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 그대로 서울대병원의 경영 노하우를 이식해 주고 그 대가를 받는 구조다.
때문에 파견 규모도 크지 않다. 250병상 규모의 칼리파 전문병원에 200명 이상의 서울대병원 직원이 파견돼 있지만 5배나 큰 뉴 자흐라 병원에는 이 보다 적은 인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측은 쿠웨이트 현지에 150여 명의 직원을 파견할 예정으로, 이 중 의료진은 50명 안팎이다.
각 진료과별로 1~2명의 의료진이 포진해 진료시스템 구축과 현지 의료진 교육 등을 수행하게 된다.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1970년대 중동지역에 파견 나간 건설 근로자들이 외화를 벌어왔다면 이제 의료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료 위상이 그만큼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라며 “술기부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K-의료 저력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 자흐라 병원은 중동 최대 의료복합산업단지인 쿠웨이트 ‘뉴 자흐라 메디컬시티(New Jahra Medical City)에 위치한 1234병상 규모의 초대형 병원이다.
1조4000억원을 투입해 15층짜리 8개동 건물로 지어진 뉴 자흐라 병원의 면적은 44만㎡로, 국내 단일병원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 보다 면적 상으로 4배나 크다.
115개의 진료실, 2개의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포함한 대형 수술실만 32개를 보유하고 있고, 22개 부서 135개 클리닉에서 외래진료를 담당한다.
전병상이 1인실로 구성돼 있고, 내원객 및 직원 전용 주차장이 각각 5000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긴급 대피처 등을 갖춘 쿠웨이트를 넘어 중동지역 최대이자 최고의 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