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의료기기 '국산화' 숙원 과제 해결될까
'현장 수요 급증하는데 여전히 수입제품 의존, 선순환체계 구축 시급'
2022.01.04 05:1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코로나19 이후로 기존 의료기기분야와 함께 새로운 의료기기 수요 또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오랜 숙원인 의료장비 국산화 문제가 해결되는 원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코로나19 변이에 대응하는 시약 개발·도입 지원과 함께, 재택치료 지원제품의 수급 및 품질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가치료 키트에 포함되는 해열제, 산소포화도측정기, 체온계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식약처는 제조‧수입‧유통 모니터링과 함께 수급 불안 시 생산량 증대 등을 독려할 예정이다.
 
또한 희소‧긴급도입 의료기기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대상질환 확대와 배송거점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서는 아직 관련 사례가 공론화된 바는 없지만, 해외에서는 갑작스러운 확진자 증가로 인공호흡기 등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장비가 부족해지거나 확진자가 아닌 환자들의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또한 한때 요소수 등 원자재 부족 사태가 빚어지자 의료기기 제조에 사용되는 원재료를 확보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의료제품뿐만 아니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기기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산 의료기기 사용 확대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국내 의료기관 의료기기 사용 현황 분석'에 따르면, 의료기기분야 국내 내수 자급률은 약 40%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기준 상급종합병원은 11.3%, 종합병원은 22.6%, 병원은 57.1%, 의원 66.1% 등으로 특히 상급종합병원으로 갈수록 보급률이 낮은 실정이다.
 
의료 장비별로 봤을 때 국산 장비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품목은 ▲인공신장기 ▲에크모 ▲내시경 등 36개 품목이었고 치료재료 품목 가운데서는 ▲뇌혈관내 색전촉진용 보철재 ▲수혈용 채혈세트 ▲이식형 인공심장 박동기 등 26개가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즉,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제품일수록 국산화 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사용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상급종합병원 영상의학과 A교수는 “전공의 때부터 보던 장비의 브랜드가 해외 제품이면 자연스럽게 손에 익은 기기를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의사에게 익숙한 장비를 사용해야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의원 원장은 “우리나라 제품이 저렴하긴 한데, 개원 전에도 해외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에 (개원할 때에도) 같은 장비를 쓰게 되는 것 같다”며 “국산 장비 사용 경험이 많이 없으니 확신이 어렵고, 막상 써 봐도 해외 제품보다 월등하게 좋은 점이 없으면 선택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의료계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지표에 국산의료기기 구매 비율을 포함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의료기기 민간인증제 도입을 연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인증제 내에 이 같은 지원책을 포함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은 “전공의 때부터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병원 중심으로 국산의료기기를 의무 구매하거나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지표에 시범적으로 구매 비율을 포함하는 등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결국 의사들에게 국산 장비 사용 경험을 늘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제품 품질을 발전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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