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희귀암의 임상연구 및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희귀암 치료법에 대해 좀 더 느슨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립암센터와 암정복추진기획단이 최근 ‘희귀암 임상연구 및 치료 현황과 개선방안’과 관련해 열린 포럼에서 ‘희귀암 임상연구 활성화’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김봉석 보령제약 R&D 센터장은 "희귀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최소한의 정부 보조가 동반돼야 하고, 호발암과는 다른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5년 전 개정된 희귀질환관리법은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공공 부분의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있다”며 “그에 따라 예방검진치료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전문기관 지정이나 인력을 양성, 등록 통계 사업 수행과 의료비 지원, 더불어 연구개발사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법 취지이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개정된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르면 암이나 희귀 난치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의 경우 부담을 덜기 위해 마지막 유효성 평가인 3상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2상 완료만으로 허가를 내주는 ‘조건부 허가 제도’가 있다”며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지만 실제 2상 임상도 겨우 허가받는 질환에 3상 임상 가능성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귀질환은 대상 환자가 적어 연구가 힘들고 제약사는 약을 개발해도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며 “정부의 중증질환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희귀질환치료제 대상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가 있지만 이를 위해선 대체약이 없어야 하고 대상 환자가 소수로 근거 생산 곤란하다는 점이 인정받아야 하는 등 전제돼야 하는 필수 조건이 있어 까다롭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약 개발 후 유연한 급여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희귀질환 의약품 관련 재정을 국가가 공동 부담하고, 개발됐을 때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며 시장에 출시되면 7년 동안 독점권 주겠다는 우대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일본이나 EU 국가들도 유사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또한 희귀질환진단치료기술개발중계연구센터사업을 통해 1년에 40억 정도 투입되는데 대부분은 줄기세포나 유전자 치료에 투자되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희귀암 치료, 진료현장 관계자 인프라 구축 없이 개선 불가능"
희귀암 환자를 직접 대면하며 진료하는 임상 현장의 의료진들은 희귀암 임상연구 및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된 플랫폼이나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연구를 통해 희귀암 치료제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관계자들의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나 연구자 집단들이 환자를 같이 의뢰해주고 공동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네트워크도 중요한데 희귀병이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해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희귀암 연구는 이러한 네트워크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국내 의료체계는 현재 연구자가 주도한 임상시험으로는 아무리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도 허가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라도 환자에게 이익이면 쓸 수 있게 해주는 좀 더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희귀암은 다른 기준으로 조금 더 느슨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며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요구하면 연구 자체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없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