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전세계 산업현장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기기 분야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장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인력이 감소해 각 산업계마다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지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기업들 실적이 하락하면서 미국 정부가 자국 공급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세계 반도체 업체들에게 재고 등 기업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첨단기술이 접목되면서 반도체 쓰임새가 대폭 늘어난 의료기기업계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련 긴급회의에 메드트로닉 등 의료기기업체 대표들의 참석도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 GE 본사는 최근 실적을 발표하며 지난 3분기에 공급 부족으로 의료 분야 매출이 5% 감소한 43억 달러(한화 약 5조675억)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필립스 또한 반도체 부족과 물류 차질 등으로 수익이 7% 가량 줄었으며, 올해 성장 목표를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의료기기산업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의 60%가량이 반도체가 포함된 제품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반도체가 필요한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도 50%가 넘었다.
의료용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1%로 점유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 필수 의료기기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 의료기기업계는 빠르면 올해 말, 적어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아직 국내 의료기기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품 재고 비축 기간 등 여러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반도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은 없다”며 “그동안 병원이 추가 설비 투자를 꺼렸기 때문에 생산량이 최근에 와서야 회복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B업체 관계자도 “아직 미국 상황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다른 산업보다 부품 재고 비축 기간이 길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기기 분야 미국 수출입 품목은 소모성 치료재료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당장 충격의 여파가 있다고 보는 시각은 적다.
다만 공급 부족 사태 자체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 품목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는 있다는 분석이다.
C업체 관계자는 “만약 공급 부족으로 생산이 감소하면 희귀품목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으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