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림데디 구교윤 기자]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국내 바이오·의약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9일 오전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산자중기위 이학영 위원장, 강훈식 간사, 환경노동위 안호영 간사, 홍석준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인체지방 활용을 위한 폐기물관리법 개정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 학계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서 바이오·의약산업 성장을 위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현재 인체지방은 연간 약 200톤이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포함 양질의 세포외 기질이 존재하는데, 이는 욕창치료제를 비롯해 당뇨합병증, 창상치료제, 관절염·통증 치료제, 지방위축증 치료제 성형·미용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다.
실제 폐지방 1㎏당 6~15g의 세포외 기질을 추출할 수 있는데 현재 콜라겐가격은 5mg 당 최대 84만원 수준으로 높은 고부가 가치를 지녔다. 인체 폐지방 1L에서는 콜라겐 약 0.6g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인체지방을 산업폐기물로 분류해 일부 연구 목적을 제외하고는 전량 폐기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체지방을 활용, 다양한 치료제 개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요구에 공감하고, 지난 2016년부터 인체지방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완화를 수차례 약속했으나 이를 금지하고 있는 ‘폐기물관리법’은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강훈식 의원과 홍석준 의원이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현재 해당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고부가 가치는 인정하지만 안전·윤리 문제 해결해야
이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인체지방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이를 위해 안전성과 윤리성에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환철 엘앤씨바이오 대표는 "현재 태반은 조직물류폐기물로 분류하고 있지만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은 왜 활용하지 못할까라는 점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운을 뗐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인체지방에 있는 양질의 콜라겐과 세포외 기질을 조직재생 원료로 사용하고자 연구가 활발하고 이뤄지고 있고,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법 규제로 인체지방을 가공한 재생의료 제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가 완화돼야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글로벌 산업을 리딩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이남희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안전성과 윤리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장은 “인체지방을 가공한 제품이 의료제품으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효과성 뿐 아니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의료제품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인체지방을 원료로 하는 의료제품의 경우 기증자 건강 상태, 바이러스 감염 여부 등이 초기 단계에서 확인돼야 하고, 제조과정에서도 이러한 위험성을 차단, 제거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인체지방 매매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과장도 정부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했다.
서 과장은 "인체지방 활용에는 폐기물관리법 뿐 아니라 여러 법령이 얽혀 있는데, 현재 관련 법령을 한 번에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 과장은 특히 "폐기물관리법으로 인체지방 활용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뼈나 연골 등 인체조직 기증에 관한 ‘인체조직법’을 활용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윤을식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은 "뼈나 연골을 기증할 때 인체조직법에 따르고 있다. 인체지방 규제도 여기에 따르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이환철 대표 역시 "우리나라 인체조직법을 보면 어느 국가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안전관리, 기증자 동의와 절차 등이 상세하게 명시돼 있기에 정부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이남희 과장은 "인체조직법은 복지부와 식약처가 소관하고 있으나 이를 반영해 법령을 보완할지, 별도의 법령을 만들지는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정부 차원 테스크포스(TF) 구성해 지속적으로 논의 해야
이날 정민호 엔도비전 대표는 "기업에서는 수십억 원을 투자해 자체 생물학시험을 진행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정부 부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현재 약사법에 따라 태반을 원료 재활용은 가능하지만, 과거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많아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 기관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지 정부 차원에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호 소통을 강화하고,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영태 과장은 "논의조차 막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히면서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관련 규제를 논의하는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