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의료 인공지능(AI)은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생기는 제품이어야 합니다.”
최근 대한의학회가 주재한 ‘학회 임원 아카데미 및 학술대회’에서 건양대학교병원 김종엽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정보의학교실 주임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기기 개발 및 국내외 인공지능 의료기기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김 교수는 의료 AI 산업 동향을 설명하면서, 문제점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종엽 교수는 현재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지내면서 정보의학교실 주임교수이자 헬스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디지털헬스케어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먼저 “구글이 알파고를 개발하고 헬스케어 산업에 도전한 이유는 헬스케어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데 있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성에 주목했다.
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은 빅데이터와 AI에 달렸다.
실제로 오는 2025년 헬스케어 산업 관련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79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6년 13조원보다 5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다만 김 교수는 개발 후 살아남은 비중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의료현장 수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기업에서 의료 AI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지만 사업화에 실패하면서 출시 후 절반 이상은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0년 과거 출시된 앱 가운데 51%, 2014년은 76%가 사라진 상태다. 그는 “최근 출시되고 있는 앱의 경우 데스밸리를 지나지 않았기에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개발자와 의사 접점 높이고, 의료진과 환자 등 필요성 파악"
김 교수는 이날 4대 지불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4대 지불자는 ▲의료기관장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환자 ▲건강보험공단 혹은 보험사 등이다.
김 교수는 "4가지 분야 지불자 중 적어도 한명은 설득해야 한다”며 “현재 의료 AI 스타트업 중 절반은 이를 감안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김 교수는 의료 AI 개발 초기에 컨설팅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의사과학자 양성, 융합인재 육성 등으로 의료와 공학을 이어줄 인재양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의료진과 개발자의 접점을 늘려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또 현재 환자 질병을 측정할 수 있는 파라미터가 제한적이라는 한계점도 지적하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짚었다.
김 교수는 "최근 칼로리나 수면상태, 심박수 심전도, 체중, 혈당 등 폭넓고 다양한 건강 정보를 측정하는 디지털 기기가 생기고 있으나 실제 질병을 진단하는데 충분한 데이터는 취합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의사는 환자를 볼 때 오감을 이용하는 데, 컴퓨터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향후 이를 정령화할 수 있는 센싱 데이터가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