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내 인슐린펌프 1위 업체인 수일개발과 환자단체의 갈등이 불거졌다.
환자단체 측은 수일개발이 특정 병의원 처방전만 취급하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또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해 환자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수일개발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이하 환우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수일개발이 당뇨인들을 무시하면서도 인슐린 펌프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던 배경을 알리고자 한다”고 입을 열었다.
환우회는 먼저 수일개발과 특정 병의원이 의도적으로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슐린 펌프를 구매하는 1형 당뇨병환자들이 요양비를 지급받기 위해선 병원의 처방전이 필요한데, 특정 몇 개 의료기관의 처방전만을 받고 제품을 판매한다는 설명이다.
대학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해당 병원을 찾게 되는 상황이란 것이다.
환우회 주장대로라면 이러한 행위는 의료법위반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의료법 전문 한 변호사는 “의료기기 제조사가 특정 병의원에만 내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의료법이 제재하는 환자 유인‧알선행위에 해당한다”며 “나아가 구체적인 담합 정황이 밝혀진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환우회는 이어 수일개발의 소비자 서비스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요양비 지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청사항에도 무성의하게 응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형 당뇨인들이 혈당관리용품을 요양비로 지원 받으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거래 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수일개발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혹시 깜빡해서 나중에 명세서를 요청하면 화를 내고 심지어는 나무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지난 2018년 수일개발 ‘목봉체조 갑질’ 사건이 터졌을 때, 수일개발의 실질적 오너인 최수봉 건국대 명예교수는 환우들을 모욕하는 언행으로 지탄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사과도 하고 있지 않다”며 “고객인 환자들에 대한 자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최 명예교수가 더욱 심한 환우 비하 발언을 일삼은 정황이 포착됐다"고도 덧붙였다.
수일개발 “환우회 주장 대부분 사실 아니며 법적대응 검토”
환우회 불만의 수위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수일개발 측은 대부분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일개발 법률대리인인 이성희 변호사(법무법인 천고)는 “환우회가 낸 자료를 확인했는데, 대다수 내용이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먼저 특정 병의원의 처방전을 가져와야만 제품을 판매한다는 주장에 대해 “환우회가 언급한 C의원과 H내과 외에도 인슐린펌프를 처방하는 각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처방과 판매가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대표가 언급한 회의 녹취록과 관련해선 “녹음 파일을 제공한 ‘내부 고발자’는 현재 회사와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전(前) 직원으로 확인되는데, 재판 과정에서 회사에 악의적인 공갈과 협박 사실이 인정되고 실제 일부 재판에서 패소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건넸는지 진위여부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환우들에 대한 응대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는 “고객인 환자가 불편함을 느꼈다면 당연히 시정해야 한다. 현재 해당 담당자가 누군지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성명서와 관련해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란 입장도 표명했다. 이 변호사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일개발은 세계 최초로 인슐린펌프를 개발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다. 이 회사 제품인 ‘다나 시리즈’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8년에는 직원들에게 목봉체조를 강요했다는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수일개발 측은 “제보자인 전직원 A씨가 연봉인상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협박 수단으로 방송국에 악의적인 제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이 직원의 비위행위에 따른 해고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