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내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 도입 목소리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 발 앞서 원격진료 시스템을 가동해온 선진국들의 여론이 변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진료 필요성이 증가하고 더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제 시스템을 이용한 의료진의 반응은 기대 만큼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분위기다.
일례로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McKinsey)의 원격의료 관련 전망을 소개했는데, 여기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종사자 대상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내과 의사의 58%가 팬데믹 상황 이전에 비해 원격의료에 대해 호의적으로 답변했다.
그러나 이런 의사들의 원격의료에 대한 호의적 인식 수준은 지난해 9월에는 64%를 기록한 바 있다. 오히려 긍정적 시각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는 2월 대비 원격의료 이용 횟수가 78배 증가했고, 올해 2월을 기준으로 볼 때는 팬데믹 이전 대비 38배 증가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즉, 그동안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이 미국 내에서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호의적 시각이 줄어든 셈이다.
또 지난해 4월 원격의료 이용량이 급증한 직후에는 기술적 보안 우려와 같은 장애요인으로 오히려 이용량이 소폭 감소하기도 했다.
다만 원격의료에 대한 소비자들 선호도는 팬데믹 이전에 11%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40%에 달하는 등 크게 높아졌다.
일본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심각해지면서 전면적인 원격진료를 권장하는 중이다.
현재는 초진 환자도 원격 진료를 영구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으며, TV등을 동원해 노인에게 원격 진료를 제공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사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을 종합하면, 전화진료를 포함해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전체의 15%에 불구하고, 초진은 6%에 그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사회는 여전히 대면진료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수가다. 원격진료 수가가 도입되긴 했지만 대면 진료에 비해 너무 적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원격진료를 위한 시스템 구축은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또 원격진료를 위해 기존 의사들이 대면진료를 축소하다 보니 자연히 적자가 발생한다.
이에 일본 정부가 최근 원격진료 수가를 대폭 상승할 방침을 밝혔으나, 의료기관이 호응할 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원격의료에 대한 주목도가 높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서가는 나라에서 겪고 있는 시행 착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