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등 국내 의료기기, 스위스 진출 장벽 난제
EU와 상호인정협정 결렬, 별도 인증 거쳐야 진입 가능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국내 진단키트 등의 강세로 의료기기업계 신규 시장 발굴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EU와 의료기기 상호인정협정(MRA)이 결렬된 스위스 의료기기 시장이 신규모델 도입을 기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앞으로 스위스 의료기기 시장의 제품 유통을 위해서는 기존 CE인증과 무관하게 다시 스위스 내 인증대행업체를 통해 등록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위스와 EU 사이의 상호인정협정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상호인정협정이란, EU와 스위스가 같은 방식으로 의료기기를 규제해 오던 협약을 의미한다. 2001년 이래로 스위스는 EU와 같은 방식으로 의료기기를 규제해 왔으며 제품에 대한 감시·감독 또한 EU시장과 통합해 진행했다.
따라서 기존에는 EU에서 인증받은 의료기기를 스위스에서 판매하거나, 반대로 스위스에서 인증받은 의료기기를 EU에서 유통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EU가 지난 5월부터 유럽 전역에 적용되는 의료기기 인증과 판매, 관리 등의 조건을 엄격하게 개정하면서 스위스와 EU간의 협정이 결렬된 것이다.
이에 따라 EU에서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더라도, 앞으로 스위스에 유통되기 위해서는 스위스 인증대행기관(SAR)을 통해 단일등록번호(CHRN)를 획득해야 한다.
KOTRA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이 같은 인증대행기관에 접근하기가 더 어렵다. 대부분 사기업으로 전체 리스트가 별도로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OTRA 측은 "대행기관은 공식명칭대로 단순히 등록만 대행해주는 개념이 아니라 제품에 추후 결함이 생길 시 제조사와 함께 책임을 지게 되고 제조사가 파산한 경우 책임도 진다"며 "따라서 인증대행기관에서 요구하는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비용과 무관하게 인증 자체를 거절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에 스위스 시장에 진출해본 경험이 없는 의료기기 업체들의 위험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내에서도 코로나19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신속진단키트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하는 등 진단키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당분간의 진출은 요원할 예정이다.
실제로 현지에서도 최근 이처럼 규정이 복잡해지자 대부분 신규 거래 발굴이나 제품 도입을 기피하고 있는 추세라는 전언이다.
다만 KOTRA 측은 “스위스 의료당국에서도 이 규정을 ‘과도기적 규정(transitional provision)’이라고 표기하고 있고 업계에서 합의에 대한 목소리가 큰 만큼, 빠른 시일 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