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낮은 대한민국, 구식심장 '재고 처리장' 전락'
'불합리한 평가기준으로 필수 치료재료 등 수입 안돼 환자들 피해'
2021.06.22 12:4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흉부외과용 치료재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제한된 보험기준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지난 18일 제35차 춘계학술대회에서 '흉부외과 필수진료 접근성과 선택권 제고를 위한 보험정책'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내 치료재료 운용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좌장을 맡은 문석환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흉부외과 의료진이 얼마나 절박하면 ‘치료재료’를 ‘필수재료’라 하면서 제도적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지 의미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이 토론회를 계기로 환자 생명과 직결된 흉부외과 치료재료 급여 제도 개선책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 진일보되기를 바란다”며 행사 의의를 밝혔다.
 
한국은 흉부외과 치료재료 접근성 개선 필요
 
이날 발표에서 연자로 나선 정재승 고려대안안병원 교수는 ‘흉부외과 필수진료재료 도입을 위한 보험정책 변화에 대한 제안’ 발표를 통해 수술 등에 꼭 필요한 치료재료가 국내에 제때 들어오지 못해 오래된 제품을 수술에 써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흉부외과 치료재료는 환자 생명과 직결돼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지만, 사용 수량 자체가 적고 국산화도 어려워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체외순환용카테터, 인공판막, 판막성형술용 링, 인공판막과 인조혈관결합(Conduit) 등 흉부외과용 치료재는 국내 보험가가 미국, 일본 등 해외와 비교해 30~60% 수준으로 매우 낮은 현실이다.
 
흉부외과 의료행위가 거의 필수의료에 해당돼 보험 초기부터 가격이 낮게 책정되고, 현재까지 그 추세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정 교수는 “그 결과 최신 기술이 반영된 신제품은 도입이 어려운 수준으로 보험가가 낮게 설정돼 있다보니 한국은 구모델의 재고처리장이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존 제품의 저평가에다 가치평가 등을 통한 가격 현실화는 정부의 비교임상문헌 등 엄격한 근거 요구에 막혀 있어, 국내 환자들은 오래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폐수술용 대퇴정맥 케뉼라(Femoral Cannula), 인공조직판막, 판막성형술용 링은 멀게는 수십년 전 제품이 지금도 병원에서 쓰이고 있단 것이 그의 이야기다.
 
정 교수는 “흉부외과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치료재료는 다른 과에 비해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적고, 초중증 환자에게 쓰이는 재료이다 보니 최신 기술이 집약돼 끊임없이 기존 제품이 차세대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현실에서 흉부외과 치료재료가 정부에서 원하는 10년 이상 걸리는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RCT) 결과 같은 근거를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체외순환용 이중내강캐뉼라와 동맥필터 포함 산화기는 성인 환자에 대해 임상적으로 입증된 수많은 데이터가 있음에도 보험 인정은 소아 환자에만 국한됐다.
 
또한 심폐용라인내 혈액가스모니터와 개심술용튜브 및 카테터(Intraluminal shunt), 일회용 기관지경은 별도로 보험가를 보상받지 못하는 산정불가 제품으로 분류돼 국내 도입되지 않았거나, 병원에서 손실을 보고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해외에서 흉부외과 혁신 신제품 접근성 및 선택권 제고를 위해 도입한 보험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단일군 임상연구만으로도 효과 개선에 따른 중분류 세분화를 통해 보험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으며, 대만은 고가 치료재료에 내부참조가격제의 일종인 부분지불제도(balance billing)를 시행함으로써 보험재정 지출 증가 없이 환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대상 환자수가 적거나 중증질환이라 근거 생성이 어려운 경우 의약품에서 적용하고 있는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흉부외과 의사에게 좋은 무기를 주는 것은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회장은 “고어사 사태 이후 국내 치료재료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부의 '희소·필수 치료재료에 대한 별도 가격산정 기준 마련'과 '식약처의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지정 및 공급' 등 긍정적 정책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20~40년 전에 개발된 치료재료와 최신 치료재료에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는 현재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치료재료 가치평가로도 가산 받지 못해 국내에 치료재료가 공급되지 못한다면 가치평가 기준에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흉부외과 의사 손에 좋은 무기를 쥐여주는 것은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치료재료는 심장병 아이들과 성인 환자들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중규 과장은 “오늘 논의 사항은 흉부외과 수술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제안으로 복지부에서도 향후 세부 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우수성 입증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 환자부담 줄어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에 대한 환자 부담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자로 나선 이승현 교수(연세대학교 심장혈관병원)는 “국내에선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의 환자 부담율이 50%로 7백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우수한 시술법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은 2016년 12월 50%의 선별급여가 적용돼 최근 정부에서 재평가를 시작한 상황인데, 환자들에게 더 나은 임상적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급여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은 환자 레지스트리 데이터(Patient Registry Data)와 메타분석, 5~11년 장기 결과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시술법이다.
 
대동맥 차단시간 및 체외순환시간 등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혈역학적 우수성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동반수술(Concomitant Surgery) 및 최소침습수술(Minimal Invasive Surgery)의 장점을 극대화해 의료계에선 탁월한 치료 옵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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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주의 06.22 14:46
    거대 간낭종 환자도 현재는 수술 또는 sclerotherapy로 치료하고 있으나 고주파열치료를 하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술은 각종 간암에 사용되고 있으나 간낭종의 치료에 사용하려면 신의료기술을 통과해야 합니다만 case가 적어 임상에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안정성을 인정받은 시술은 좀 더 넓게 사용하도록 적응증을 확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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