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3D프린팅 등 그간 다양한 첨단 기술이 도입된 의료계에 최근에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 합성어다. 기존 가상현실과 유사하지만 이보다 발전된 것으로,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실제 현실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메타버스 기술 활용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얼마 전에는 대권 주자들이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의 '제페토'에서 소통을 시작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서도 메타버스 도입 움직임이 시작되는 중이다.
일례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최근 의대 커리큘럼에 메타버스를 적용한 실습 교육을 도입했다.
해당 교과는 ‘해부신체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으로, 수강생들은 의료영상을 가상세계로 확대 적용하며 의료영상을 활용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학생들은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CT 영상의 3D모델링 및 분석을 비롯해 ▲3D모델링 기반 인체 영상 분할(Segmentation) ▲분할 데이터 기반 VR·AR 해부학 콘텐츠 활용 실습 ▲3D프린팅 해부학 모델 제작 등, 수술이 필요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해부학 구조물을 직접 분할 및 추출하고 이를 가공하는 것을 배운다.
강의를 진행한 서울대 최형진 교수는 “기존 해부실습용 사체(Cadaver)를 활용하는 실습 교육을 대체할 의료 메타버스 도입 시도는 의료 교육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유망인재들이 첨단기술에 보다 빠르게 적응해 환자를 살리는 일에 혁신 기술들을 쉽게 적용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것이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뉴베이스가 개발한 '뷰라보'라고 불리는 시뮬레이션 교육 서비스다.
뷰라보는 의료 빅데이터에 기반한 가상 환자를 통해 간호 술기 위주의 교육 실습을 반복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으로, 정맥주사나 채혈 같은 간단한 실습부터 호흡기계 중환자 관리, 재난 중증도 분류 등 복잡한 과정까지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단순 가상현실상의 게임이 아닌 근거 기반 임상 프로토콜 적용과 전문가 자문 및 감수를 거쳐 완성된 교육 콘텐츠라는 점에서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학술대회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했다. 지난달 말 개최됐던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ASCVTS) 메타버스를 적용한 아웃리치 프로그램(ATEP 6th Outreach Program)을 진행한 것이다.
프로그램 참석자들이 각자의 아바타를 설정해 가상의 강의실에 입장, 폐암수술 기법과 가상융합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한 강의를 수강했고 가상의 환경 속에서 수술 과정을 참관하는 시간을 가졌다.
3D XR 이머시브 사운드 기술을 통해 고품질의 음성 대화도 더욱 현장감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향후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가상의 종합병원’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 소통을 위한 콘텐츠로도 활용된다. 차의과학대학교 일산 차병원은 개원 1주년을 맞아 앞서 언급한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공간에 일산차병원을 개원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원 가족들과 고객 등을 대상으로 병원 내 가상 공간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산차병원 강중구 병원장은 "가상공간을 방문하는 고객 및 환자들과 소통하고 전 연령층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