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우리 몸속에서 세포보다 작은 크기의 초소형 로봇이 자율주행하며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도 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 연구팀이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스스로 '클러치'를 작동하는 스마트 생체 나노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클러치는 기계의 엔진을 구동하는 핵심 요소로, 엔진의 동력을 로터(회전체)로 전달하거나 차단하는 장치다.
연구팀이 개발한 생체 나노로봇은 200㎚ 크기의 극미세 영역 내 엔진, 로터, 클러치 등 기계 장치를 탑재해 특정 질병 인자를 감지하고 세포와 결합해 생체 신호를 조절할 수 있다.
그동안 개발된 나노로봇에서는 클러치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독창적인 구조를 설계, 나노로봇에 클러치 장치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적 합성법으로 제작한 이 나노로봇은 다공성 구형(多孔性 球形) 로터 안에 자성 엔진이 있고, 로터와 엔진은 각각 DNA로 코팅했다.
로터 표면의 구멍을 통해 환경인자가 내부로 유입돼 특정 유전자 신호를 감지하면, 로터와 엔진에 코팅된 DNA 가닥이 서로 결합해 엔진의 힘을 로터로 전달하는 클러치 역할을 한다.
DNA 클러치가 작동하면 엔진에서 발생하는 피코 뉴턴(pN)의 힘이 로터로 전달돼 나노로봇이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회전한다.
자성을 가진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체 외부에서 자력을 이용해 무선으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자기장 방향에 따라 회전력 발생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이렇게 구동하는 나노로봇은 세포와 결합해 생체 신호를 기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질병 인자에 해당하는 특정 마이크로 RNA 유전자가 있으면, 클러치 나노로봇이 이를 감지하고 스스로 작동해 세포 유전자 활성화를 유도한다.
DNA 클러치는 20개 염기서열로 이뤄져 무한대에 가까운 질병 인자를 감지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바이오 나노로봇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페어 피셔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나노로봇이며, 특히 지능형 나노로봇 발전에 있어 퀀텀 점프를 이룬 연구"라 평했다고 IBS는 전했다.
천진우 단장은 "정보의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클러치가 구현되었다는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머지않아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나노로봇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지난 7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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