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업계가 ‘영상 분석’을 넘어 ‘영상 판독’ 자동화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기업들이 생성형 AI 기반 기술을 활용해 영상 판독문을 자동 생성하는 솔루션 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장 선점 경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최근 미국 최대 민간 외래 영상의학 네트워크 ‘사이먼메드 이미징(SimonMed Imaging)’과 협력해 파운데이션 모델(FMS) 기반 흉부 엑스레이 판독문 생성 모델 구축에 착수했다.

이번 사이먼메드 프로젝트는 루닛 FMS가 실제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첫 사례다. 루닛은 내년 중 유방촬영술(MMG) 및 디지털 유방단층촬영술(DBT)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도 공개하며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사이먼메드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본사를 둔 민간 의료영상 전문 체인으로, 미국 11개 주에서 약 175개 의료기관을 운영 중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멀티모달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폭넓은 임상 지식을 갖춘 AI다. 이를 기관별 니즈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병원마다 다른 보고 체계를 반영하면서도, 일관성과 신뢰도를 갖춘 판독 결과를 제공하는 '기관 특화형 AI 모델'로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루닛에 앞서 딥노이드도 생성형 AI 기반 흉부 엑스레이 판독 솔루션 ‘M4CXR’ 개발에 착수하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M4CXR은 X-ray 영상을 분석해 정상 소견을 포함한 41개 이상 흉부 질환 관련 소견에 대해 수초 내 판독 리포트 초안을 생성하는 기능을 갖췄다.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인허가 절차도 병행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최근 식약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혁신의료기기는 기술집약도와 개선 가능성이 높은 제품에 부여된다. 지정 기기는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에 따라 인허가 과정에서 맞춤형 기술 상담과 우선 심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딥노이드는 향후 CT, MRI 등 다양한 영상 모달리티와 뇌·폐 질환 영역까지 리포트 자동화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초거대 생성형 AI 개발사업’ 의료 특화 부문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멀티모달 AI 플랫폼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이밖에 숨빗AI는 올해 초 생성형 AI 기반 영상 판독 리포트 자동 생성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착수한 상태다.

회사는 흉부 X-ray 기반 리포트 생성 소프트웨어 ‘AIRead‑CXR’를 개발 중이며 지난 2월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해 국내 최초로 생성형 AI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공식 돌입했다.

AIRead‑CXR는 주요 소견을 자동 탐지하고 이를 자연어 문장으로 기술하는 동시에, 비정상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하는 기능도 포함한다. 실제 서울대병원 등 의료기관과 협업해 기관 맞춤형 리포트 자동화를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판독 자동화 기술이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리포트의 일관성과 표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형 병원이나 영상 판독량이 많은 기관에서는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독 결과의 임상적 신뢰성 확보, 의료법적 책임 문제, 의료진 수용성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병변을 찾아내는 탐지 AI에서 나아가,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리포트 초안까지 생성하는 기술은 진료 흐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확도뿐 아니라 의료법과 윤리 관점에서도 체계적인 검토와 수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