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지친 약사들···200여 약국 '판매 중단'
민원 급증·일부 시민 다툼 발생 등 기본업무 수행 불가···정부는 외면
2020.03.11 05:55 댓글쓰기
사진설명: 서울 시내 한 약국 출입구. 약국은 "업무상 장애가 커 공적마스크 판매처 탈퇴합니다"고 안내하고 있다.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공적 마스크 판매처인 약국들이 소위 넉다운 상태에 빠졌다. 상황이 이같자 일부 약국에서는 공적 판매를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일선 약국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최근 마스크 공적 판매처 약국 200여 곳이 마스크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 약국이 총 2만 3000여개 가량 되므로 1% 남짓 되는 약국들이 공적 마스크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현재 1% 안팎의 약국이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며칠 하다가 포기하는 분도 있고, 재개하는 분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사들 반응이) 들쭉날쭉 해서 포기하는 약국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특별한 지원이나 대책 없이 약국에 판매토록 할 경우 추가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약국들은 의약품 조제 외 업무량 증가와 함께 민원에 시달리는 와중에 마진을 많이 남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은 바 있어 심적으로 많이 불편한 상태다.
 
실제로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A약국은 “업무상 장애가 커 공적마스크 판매처 탈퇴합니다. 공적 마스크 안 팝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출입구에 크게 써 붙였다.

A약국 관계자는 “마스크때문에 너무 시달렸다. 인터뷰를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양천구에 위치한 B약국 관계자의 말은 구체적이었다. 마스크 관련 문의 자체가 워낙 많기도 하고, 마스크 5부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실랑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B약국 관계자는 “기본적인 업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전화·현장을 가리지 않고 문의 자체가 너무 많다”면서 “마스크 5부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내 몫이 있는데 왜 기다려서 사야 하느냐’며 따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마스크 판매)로 인해 불필요한 곳에 힘을 써야 하기 때문에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며 “너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일부 약국이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약국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지만 정부는 일선 약국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원론적인 반응만을 내놓고 있다.
 
1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국에서는 마스크 업무 외 조제, 특히 1인 약국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약국에 대한 추가 지원방안은 직접적 지원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추가 지원방안이 있는지 관련 부처와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마스크 판매를 하지 않기 위해 밟아야 할 절차도 없고,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도 없다”며 “코로나19가 전국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묵묵히 일하는 약사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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