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노인 홀대 정책’으로 개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노인정액제와 관련해 정부가 현행 기준을 유지키로 결론을 내렸다.
현 상황에서도 적잖은 노인 환자들이 수혜를 보고 있음에도 ‘환자 민원이 증가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료계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결과 정부는 최근 노인환자 외래본인부담 정액제와 관련해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형표 장관이 했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문 장관은 당시 노인 외래 본인부담금 정액제의 상한액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의료계와 조율키로 합의한 만큼 충분히 논의하도록 하겠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며, 빠른 시일 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며 적극 반겼다.
하지만 그 이후로 노인정액제 개선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급기야 최근 일부 시도의사회와 개원가 단체 등에서 ‘3만원 인상’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종전 본인부담금 1500원만 냈던 65세 이상 노인환자들이 수가인상 등으로 본인부담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의료기관과 환자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의료계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근거 없다”며 현행 1만5000원 상한액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선 여부를 검토했지만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이 정액구간에 위치할 정도로 수혜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는 환자 민원을 이유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원해결을 위해 상한액을 조정하기에는 타당성과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국회에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복지부로부터 노인정액제 관련 상반기 중 재정 영향 분석을 한 후 필요하다면 하반기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었고, 솔직히 재정적 부담으로 상향 조정은 힘들다는 뉘앙스였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답변과 유사한 입장이다.
당시 복지부는 "노인정액제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도 급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노인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의 외래 진료비 총액이 1만5000원 미만이면 1500원만 본인부담토록 하고, 1만5000원을 넘으면 총진료비의 30%를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1만5000원을 상한 기준으로 정해 외래진료비 총액이 이보다 적으면 정액제를, 많으면 정률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인환자 내원일당 평균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어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노인의 약 70% 이상이 복합 질환을 갖고 있어 물리치료나 주사 등 추가 처방과 야간진료가 많아 정액제 상한선인 1만5000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후 6시 이후 노인환자가 감기증상으로 동네의원을 방문해 진찰과 약 처방을 받으면 총 1만6950원의 진료비가 나온다. 정액제 구간 1만5000원을 초과했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의 30%인 5000원을 더 내야 한다.
관절염 환자의 경우 동네의원에서 물리치료 3종(표층열·심층열·TENS)과 주사 처방을 받으면 총 1만6290원의 진료비가 나오고 환자 본인이 30%인 48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노인환자들은 갑자기 진료비가 비싸졌다며 항의하는 일이 잦다. 급기야 비용 부담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는 노인 환자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