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액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제도 개선 관련 실태분석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정액제 관련 재정 영향 분석은 이미 예정됐던 사안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전문기자협의회 취재결과 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노인정액제 관련 실태분석을 의뢰했다. 기존 구간의 적정성 여부 등을 확인해 보라는 의미다.
복지부 지시를 받은 심평원은 현재 노인정액제 구간별 소요비용 등 다양한 모형을 통해 분석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분석결과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 동안 복지부가 노인환자 외래본인부담 정액제와 관련해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실태분석 의뢰가 갖는 의미가 크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 1월 현행유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노인환자들이 수가인상 등으로 본인부담금이 늘어나면서 의료기관과 환자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다”며 현행 1만5000원 상한액을 유지한다고 천명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개선 여부를 검토했지만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이 정액구간에 위치할 정도로 수혜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는 환자 민원을 이유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원해결을 위해 상한액을 조정하기에는 타당성과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개원가에서 노인정액제 개선 요구가 잇따르면서 복지부가 실태파악이라도 해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요지부동이던 복지부가 노인정액제 개선에 관심을 나타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의료계의 반발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태분석 결과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심평원이 정말 객관적인 분석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분석 의뢰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정액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다”며 “지난해 국회에도 보고한대로 예정된 실태분석을 진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의 외래 진료비 총액이 1만5000원 미만이면 1500원만 본인부담토록 하고, 1만5000원을 넘으면 총진료비의 30%를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1만5000원을 상한 기준으로 정해 외래진료비 총액이 이보다 적으면 정액제를, 많으면 정률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인환자 내원일당 평균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어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노인의 약 70% 이상이 복합 질환을 갖고 있어 물리치료나 주사 등 추가 처방과 야간진료가 많아 정액제 상한선인 1만5000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후 6시 이후 노인환자가 감기증상으로 동네의원을 방문해 진찰과 약 처방을 받으면 총 1만6950원의 진료비가 나온다. 정액제 구간 1만5000원을 초과했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의 30%인 5000원을 더 내야 한다.
관절염 환자의 경우 동네의원에서 물리치료 3종(표층열·심층열·TENS)과 주사 처방을 받으면 총 1만6290원의 진료비가 나오고 환자 본인이 30%인 48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노인환자들은 갑자기 진료비가 비싸졌다며 항의하는 일이 잦아졌다. 급기야 비용 부담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