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노인요양원을 방문·진료하는 대학병원 소속 촉탁의가 요양원 환자들의 약을 자신의 소속 병원에서 조제하고, 병원이 이에 대한 급여비용을 청구해 받았다면 이는 환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는 의료법인 K의료재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서울 종로구청, 강원 철원군을 상대로 낸 재심요양급여비 환수결정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철원K병원 소속 의사 김 모 씨는 지역 노인요양원 촉탁의로 선임돼 매주 2회 요양원을 방문해 진료해왔다.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촉탁의로서 김 씨가 진료한 노인요양원 입소자들 중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복용할 약제를 K병원에서 직접 원내 조제한 뒤 요양원 간호사에게 줬다.
이후 K병원은 원내 조제행위에 대한 요양·의료 급여비용을 청구해 건보공단으로부터 1345만여원, 종로구와 철원군으로부터 5775만여원의 의료급여비용을 받았다.
하지만 공단과 지자체는 이를 부당이익금으로 판단, 환수키로 했다.
구 의료급여법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속임수 및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비용을 받은 기관에 대해 금액 전부 및 일부를 부당이익금으로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K병원은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실제 환자를 직접 진료했으며, 의료급여 및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는 진료행위를 했고, 단지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처방하지 않고 K병원에서 직접 원내 조제를 하는 방식으로 처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병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바에 따라 의료기관 소속 의사가 장기 요양기관의 촉탁의로서 입소자를 진료한 뒤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고 소속 의료기관에서 직접 원내 제조해 투약하는 것은 금지돼있는데, 해당 병원이 이러한 금지에 어긋나게 조재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익은 의료급여 및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그 급여 및 보험 체계를 유지하고 그 혜택이 꼭 필요한 곳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의료급여기관이나 요양기관에게 적정한 진료를 하도록 유도해서 의료급여의 수혜자 또는 건강보험 가입자들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재정 누수를 방지하는 것 등”이라며 “원고 병원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