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액제에 반발하는 환자들의 민원과 성토로 일선 의원들이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정부가 모른 척 한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십 수 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는 현실에 의료이용은 더 왜곡돼 버렸다.”
대한노인의학회 이욱용 회장은 최근 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개최된 추계학술대회에서 보건복지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방향을 지적하며 “노인정액제를 유지해 노인의료비 증가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이욱용 회장은 “확실히 수가가 평소 대비 상향 조정되면 환자 수가 줄어든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당장 노인들 자신이 1500원을 내다가 5000원을 내야한다고 하면 당연히 혼선이 발생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노인 외래본인부담 정액제도는 65세 이상 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아 총진료비가 1만5000원보다 적게 나오면 본인부담금을 일괄적으로 1500원만 내는 정책이다.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정률제를 적용해 30%를 내야 한다.
이 회장은 “그러다보니 ‘급한 불은 끄자’라는 생각에 우선 초진을 재진으로 바꾸거나 주사를 놓더라도 청구는 하지 않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단 1원만 더 나와도 진료비 30% 급등…노인환자 등 불만 표출 다반사"
현행 노인정액제 하에서는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에서 1원이라도 많아지면 무조건 환자가 해당 진료비의 30%를 본인부담 해야 한다.
1만5000원의 진료비가 나왔다면 환자는 1500원만 내면 되지만 1만5001원이 되면 환자 본인부담금이 4500원으로 3배 가량 뛰어오르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본인이 내야할 진료비가 늘어나니 노인 환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손해를 감수하고 일부 항목 청구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 동안 노인층 외래진료비를 경감시켜 의료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정액제가 갈수록 본인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환자와 의사 간 마찰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노인 환자들은 정액제를 모르는 상태에서 별다른 의료행위의 변화 없이 본인부담금이 1500원에서 4500원 이상으로 3배 이상 높아지면서 마치 의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듯 오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환자는 의사를 불신하고, 의사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환자에게 비난을 받게 돼 환자를 불신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겠는가”라고 성토했다.
이 회장은 “분명한 것은 정액구간을 확대하거나 정률제로 전환하는 등 지금과 같은 비현실적인 정액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진료비에 대한 부담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막상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 지원을 증액하는 실질적 방안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발은 더 거세다.
노인의학회 또 다른 관계자도 “노인환자의 야간 시간대 진료 및 통상 진료에 약간의 처치만 더해 정액 구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노인 환자들의 경우 의료기관에 항의하는 일이 지금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층에 대한 외래진료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액제 적용 구간을 상향조정해야 한다. 특히 의원급 정액구간을 높여야 노인층이 외래 정액제 도입 목적에 맞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