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腸) 탈출해 염증 일으키는 세균, 미리 알 수 있다"
IgG 반응 검사법 개발…염증 질환 치료에 유력한 표적 될 듯
2022.08.19 08:05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장(腸)에 사는 세균은 종종 장의 벽(gut barrier)을 넘어서 다른 기관을 침범하기도 한다. 이런 장 세균이 면역계를 자극하면 해당 기관에 심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염증 질환에서 이런 현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장의 미생물 총에서 어떤 세균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밝혀내고자 했다. 이런 세균을 정확히 확인해 제거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시더스-시나이(Cedars-Sinai) 메디컬 센터 과학자들이 획기적인 항체 반응 검사법을 개발했다. 혈액의 면역 단백질을 이용해 염증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큰 장 세균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경로를 통해 생길 수 있는 염증 질환은 비만, 간 질환, 염증성 장 질환, 암, 일부 신경 질환 등이 있다.


이반 부이코비츠-츠비인(Ivan Vujkovic-Cvijin) 생의학 조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7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오래 전부터 장 세균은 면역 과민반응으로 어떤 질환이 생길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거로 추정됐다.


주목할 부분은, 이런 질환 가운데 다수가 장 이외의 기관에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장의 벽을 넘어서 위장관 밖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장 세균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진 이런 세균을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시더스-시나이 연구팀은 더 정교하고 확실한 검사법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NIAID) 과학자들과 손을 잡았다. 장 세균에 대한 면역 반응 규모를 확인하는 덴 혈장 테스트를 이용했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다. 당연히 모든 항체는 혈장에 들어 있다.


연구원들은 첨단 시퀀싱(염기서열분석) 기술로 IgG(면역글로불린 G) 수치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염증 질환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장 세균 전체와 세균 종별 항체 반응 규모를 알아냈다.


IgG는 혈액과 세포 밖 수액에 존재하는 주요 항체로서 많은 병원체 감염을 차단한다. IgG가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둘러싸면 이를 인지한 포식성 면역 세포가 병원체를 집어삼킨다.


또 IgG가 어떤 병원체와 결합하면 병원체의 이동 능력이 떨어지면서 서로 달라붙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수전 데브코타 소화기내과 부교수는 "장의 박테리아가 바깥의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면 다면발현 효과(pleiotropic effect)가 나타나는데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면서 "따라서 검사 장비를 몸 안에 넣지 않고도 박테리아 이동을 확인하는 검사법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염증성 장 질환에 이 검사법을 적용해, 환자의 면역계가 비피두스균(Bifidobacterium) 등 특정 장 박테리아를 표적화한다는 걸 확인했다. 건강한 피험자의 면역계는 전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 장 세균은 그동안 염증성 질환을 유발할 거로 의심받지 않던 것들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염증성 질환 발생과 진행에 연관됐을 개연성이 큰 장 세균이 새로이 확인된 것이다. 물론 이들 장 세균은 잠정적으로 중요한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


시더스-시나이 과학자들은 이들 세균의 발병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후속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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