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호르몬 옥시토신 효과 '글쎄'…40년 정설 '흔들'
옥시토신 수용체 제거 들쥐 정상 짝짓기·양육, 효과 '의문' 제기
2023.01.29 20:05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사랑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oxytocin)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옥시토신 수용체 신호는 지난 40여년간 약리나 행동연구에서 사회적 애착 발달의 주요 경로로 제시돼 왔는데, 들쥐가 이 신호 없이도 짝을 맺고 관계를 유지하며 양육도 할 수 있다는 정반대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의 신경과학자 데브아난드 마놀리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프레리 들쥐(prairie voles)의 옥시토신 수용체를 유전적으로 불능화해 짝과의 애착 및 새끼 양육 등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신경과학 저널 '뉴런'(Neuron)에 발표했다.


저널 발생사인 셀프레스(Cell Press)와 UCSF 등에 따르면 프레리 들쥐는 암수 한쌍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포유류 중 하나로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이어간다. 프레리 들쥐 부부는 새끼를 공동 양육하고 서로를 우선시하며 새로운 짝을 적극적으로 배제한다.


앞선 연구에서는 약물을 이용해 옥시토신이 수용체에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자 짝을 맺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옥시토신 수용체 신호가 진짜로 암수 한쌍의 관계 형성을 통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로 옥시토신 수용체를 불능화한 유전자 변이 들쥐가 다른 들쥐와 짝을 맺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옥시토신 수용체를 불능화한 변이 들쥐는 정상적인 들쥐처럼 암수 한 쌍의 짝을 형성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놀리 박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실험을 했는데도 유전자 변이 들쥐가 정상 들쥐만큼 짝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애착을 보였다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옥시토신 수용체 신호가 출산과 양육, 수유기 젖분비 등과 같은 다른 기능과도 관계가 없는지를 실험했는데, "변이 들쥐가 출산은 물론 양육도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옥신토신 수용체를 불능화한 들쥐 부부가 정상 들쥐처럼 새끼를 낳고, 핥기와 털고르기 등의 일상적인 양육 행동을 하고 이유기까지 새끼에게 젖을 물려 길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젖 분비량은 정상적인 들쥐보다 적었으며, 이로 인해 이유기까지 생존하는 새끼가 정상 들쥐에서보다 더 적었으며, 몸의 크기도 더 작았다.


연구팀은 "옥시토신 수용체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을 이용한 이전 연구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약물과 유전자 연구 정확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놀리 박사는 "약물은 여러 수용체와 결합해 어떤 결합이 효과를 내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오염될 수 있지만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한 수용체를 정확히 제거해 신호 경로를 없앰으로써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어도 지난 10여 년간 자폐증부터 조현병에 이르는 사회적 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의 치료제로 옥신토신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왔지만, 이번 연구는 사회적 행동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것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단일 경로나 분자가 사회적 애착을 결정한다는 현재 모델이 너무 단순화 돼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해 주고 있다면서 이는 많은 사회적 동물의 생존에 사회적 애착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진화적 관점에서도 이치에 맞는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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